국가의 미래는 청년들의 손에 달렸다. 지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이 향후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1970년대의 경제 개발도, 1980년대의 민주화도, 1990년대 인터넷 혁명도 그 시대를 살던 청년들이 주도해왔다. 이제 세계 선도 국가로의 도약 과제는 지금 청년들의 몫이다. 가난하던 시대 청년들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오늘날 청년들은 정말 자랑스럽고 든든해 보인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준수한 용모와 체격을 가졌고 또한 소위 '스펙'이라는 사회 진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 또한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게다가 이미 음악ㆍ드라마와 영화ㆍ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세계 무대를 누비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 청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청년들은 한때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 부머의 자녀 세대로 에코 부머라고도 불린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했거나 취업을 앞둔 청년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젊은 노동력이며 약 500만명이 넘는 거대 인구 집단이다. 이들 젊고 활기찬 노동력이 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청년 실업률은 8.0%에 달한다. 여기에 구직 단념자와 취업 준비생 등 잠재적인 실업자를 감안하면 청년의 실업률은 15%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만 높은 건 아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17.3%, 프랑스나 스페인은 20%를 넘어서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청년이 꿈과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비교적 풍요로운 부모들 밑에서 자라나 인생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개성도 강하다. 게다가 외국어 능력이나 글로벌 마인드를 잘 갖추고 있어 개개인의 능력 또한 뛰어나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기다리는 현실은 영 딴판이다. 가고 싶은 대기업의 일자리는 한정되고 열려 있는 일자리는 가기 싫은 중소기업뿐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을 하고자 하는 수요자와 일자리를 공급하는 기업 간에 심각한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교육을 받는 것도 훈련을 받는 것도 아닌 상태의 실업자인 고학력 '니트(NEET)족'들이 대거 양산되고 있다. 혹 이들이 좁은 취업문을 통과해도 결혼해 가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취업을 하면 공부하는 동안에 학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아야 하고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서 집 한 칸 마련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신혼부부가 아끼고 저축해서 자기 집을 장만하기는 이제 요원한 이야기가 됐다. 다행스럽게 좋은 짝을 만나 전셋집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더라도 그 다음엔 자녀를 갖기가 힘들다. 맞벌이를 해야 살아갈 수 있는 데 아기 낳기는 언감생심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살아남느라 창의성을 잃어버렸고 냉혹한 사회 현실 속에서 삶의 의욕마저 상실해가고 있다. 미래를 고민하며 자기 계발을 하는 것보다 잠시 웃고 즐기는 오락프로 등에 시간을 쏟는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위험을 감수하고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창업이나 경쟁이 치열한 기업에 가기를 꺼린다. 어떻게 보면 평생을 보장받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에 목을 매달고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민태원은 '청춘예찬'에서 청춘의 피는 끓는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청년들의 피가 식어가고 있다. 청년의 끓는 피가 꿈을 꾸게 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이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이다. 청년이 꿈과 용기를 상실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꿈을 키워주는 일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알립니다
김주현(60) 현대경제연구원 대표이사 원장이 송현칼럼의 고정필자로 참여합니다. 김 원장은 서강대 영문학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경영학 박사)를 졸업했으며 현대경제원구원 경영본부장, 부원장을 역임하고 지난 2004년 원장에 올라 현재까지 연구원을 이끌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