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차입금을 갚거나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충하기 위해 줄줄이 외화차입에 나서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신디케이티드론(차관단 대출) 방식으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중장기 외화자금을 차입하기로 하고 대출참여 기관 모집에 나섰다. 이번 차입에는 스탠더드차터드와 스미토모은행, 바예리쉐란데스방크, 프랑스계 나텍시스 등 총 5개 해외기관이 주간사로 선정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오는 9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차입금의 상환을 위해 만기를 1년, 2년, 3년으로 각각 달리해 차입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에 이어 한미은행도 기존 차입금의 상환을 위해 9월 초 1억5,000만달러의 중장기 외화자금을 차입하기로 하고 이번 주 주간사 선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기존 차입금 만기는 10월 이후에 돌아오지만 시장여건에 따라 9월 중 2억달러 안팎을 미리 차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5년 만기 외화채권(유로 고정 금리채) 발행을 통해 총 3억달러를 조달하기로 하고 지난 주부터 싱가포르와 홍콩, 런던 등 주요 차입시장에서 로드쇼(설명회)를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장의 반응이 좋을 경우 차입규모를 최대 5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외화조달과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2억5,000만달러의 해외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로 하고 이번 주부터 로드쇼에 들어간다.
한편 국책은행 중에서는 산업은행이 지난 7월에 추진했다가 시장여건이 나빠 중단했던 10억달러의 글로벌 채권 발행을 9월초 재개한다. 산업은행은 다만 각각 5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와 유로표시 채권을 동시에 발행하려던 계획을 수정,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달러표시 채권 발행 규모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밖에 수출입은행은 하반기 중 여건을 봐가며 6억 달러의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할 방침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북한 핵과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신용카드 문제 등 악재가 잇따랐던 상반기에 비해 시장분위기가 다소 호전 된데다 기존 차입금의 만기가 잇따라 돌아와 은행들이 대거 차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최원정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