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 전쟁의 계절’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내수 경기 위축으로 지난 여름까지 지역에 따라서는 이용객 감소에 울상이 됐던 골프장들이 ‘골프 황금절기’를 맞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말(23ㆍ24일)부터 11월 둘째 주말(13ㆍ14일)까지는 라운드를 원하는 골퍼들이 크게 몰리면서 최악의 부킹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고액의 주말 부킹 뒷거래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골프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티 타임을 구하려는 네티즌 골퍼들로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되고 있는 것.
잡지사에서 광고 영업을 담당하는 김모(42) 부장. 지난 20일 광고주로부터 23일 골프장 예약 부탁을 받고 고민하던 김 부장은 수소문 끝에 부킹 거래를 전문으로 한다는 한 회원권거래업체에 문의했다가 귀를 의심해야 했다. 경기 포천의 A골프장은 90만원, 용인 B골프장 아침 시간대는 150만원을 줘야 티 타임을 구할 수 있다는 것.
이 업체처럼 예약 시간을 구해 뒤로 매매하는 전문 브로커가 크게 늘어 최근에는 브로커끼리 거래하는 비밀 사이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0월 말 경기 용인의 은화삼CC 토요일 티 타임이 230만원에 거래된 것이 최고액이었지만 올해 이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도 나돌 정도다. 앞으로 2, 3주 동안 중부지방 주말 부킹은 30만원 안팎에, 수도권은 최하 1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올해는 주 5일 근무 확산으로 일요일보다 토요일 부킹 가격이 훨씬 높아졌다.
인터넷 사이트의 ‘부킹 게시판’은 티 타임을 구하려는 골퍼들로 들끓고 있다. SBS골프닷컴(
www.sbsgolf.com)의 경우 지난 21일 하루 동안 260건의 부킹 관련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넘겨 받기’를 바라는 이용자였으며 드물게 올라오는 ‘양도’ 건에는 글마다 300~500회의 무더기 조회 수가 기록됐다. ‘양도하면 후사하겠다’는 내용도 많았으며 양도 건 중에는 ‘부킹 구하는데 얼마 들었다’며 노골적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불황 여파로 부킹난이 지난해보다 다소 덜하다는 느낌이지만 이는 경쟁률로 예를 들면 지난해 3대1에서 2.5대1 정도가 됐다는 의미일 뿐 주말 예약은 여전히 포화상태”라면서 “골프장이 크게 늘어나는 향후 10년 안까지 성수기 부킹 전쟁은 연례 행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최근 발표한 9월 골프장 이용객 현황도 이번 가을 부킹난 재연을 수치로 입증했다. 협회는 회원으로 가입된 135개 골프장의 지난달 이용객이 전년 대비 19.64% 늘어난 121만3,36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후 새로 개장한 12개 골프장을 제외할 경우에도 9월 이용객은 지난해 101만4,172명에서 114만5,016명으로 12.9% 증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