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이달 103으로 10월보다 2포인트 더 하락했다. 지수가 105로 내려갔던 지난달에도 세월호 참사 직후 수준(105)으로 뒷걸음쳤다고 난리가 났는데 이달에는 아예 지난해 9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고 말았다. 게다가 지난달 124까지 올랐던 주택가격전망CSI마저 이달 119을 기록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10월에는 경기를 살린다며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2.0%까지 내렸는데 다음달의 소비심리는 되레 위축됐다. 추락하는 소비심리에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그동안 확장적 재정운용과 금리인하, 부동산부양책 등을 강하게 밀어붙인 정부로서는 정책실패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물론 우리 앞에 놓인 안팎의 경제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심각한 내수부진으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8%에서 3.5%로 낮아지면서 경기회복 기대가 꺾이는 악순환이 고착하고 있는데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까지 급전직하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엔저 드라이브 또한 우리 경제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소비심리 악화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여론조사 업체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4·4분기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52로 세계 평균인 98의 절반 수준을 맴돌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세계 소비자신뢰지수는 꾸준하게 오르는 반면 한국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만 유독 소비심리가 저조한 것이 실상이라면 원인을 따져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정책의 적실성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것만으로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가계가 맘껏 소비하고 기업이 힘껏 투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쏟았는지 정부 스스로 반추해볼 시점이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정책 처방의 미비함까지 샅샅이 찾아내는 데 주저한다면 소비심리 회복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