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9월 실업률이 12.2%에 달하며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유로존의 10월 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대비 0.7%로 급락했다.
여기에 2년 만에 최고 수준인 유로 강세까지 더해지고 있어 다음주 정책회합을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이 경제회복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추가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은 지난달 31일 유로존의 9월 실업률이 전월과 동일한 12.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EU가 실업률 월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199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달 유럽 통계청은 8월 실업률 속보치가 12.0%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으나 이날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재조정한 결과 8월 실업률 수정치 역시 12.2%로 파악됐다고 함께 발표했다.
유로존 실업률은 올 1월 사상 처음으로 12%대에 진입한 뒤 지난 4월 12.1%로 상승했으며 8월부터는 두 달 연속 12.2%에 머무르는 등 올 들어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이 지난 2ㆍ4분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났지만 실업률 상승 흐름이 멈추지 않아 '점진적인 회복' 정도만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5세 이하 청년층의 9월 실업률이 24.1%로 전월(23.7%)보다 더 악화됐으며 9월 청년 실업자 수 역시 355만명으로 한 달 새 8,000여명이 더 늘어나는 등 청년 실업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날 별도로 발표된 유로존의 10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0.7% 상승하는 데 그치며 200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와 지난달 수치인 1.1%를 모두 하회한 것이다.
유로존 물가가 1%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2월 이래 처음으로 ECB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와 이미 상당한 차이를 두게 됐다. 유로존 물가는 올 1월 2.O%로 출발, 지난 2월 1.8%로 떨어졌으며 4월에는 3년 만의 최저치인 1.2%를 기록하는 등 9개월 연속 2%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식품ㆍ에너지 가격 등 변동성 요인을 배제한 핵심 인플레율은 0.8%에 그치며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스페인ㆍ이탈리아 등의 물가가 0.1% 상승에 그치는 등 일부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처럼 권역 내 실업률이 치솟고 물가는 급락하면서 ECB가 유로존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은 부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올 12월을 ECB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적기로 보고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전하면서 "높은 실업률과 낮은 물가, 유로 강세 등 삼중고에 직면한 ECB의 고민이 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