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인 비리·관행 아냐 개인 모럴해저드로 봐달라"

■ 전직 도쿄지점장의 호소
한일관계 더 악화될까 우려


"보도내용을 보면 같은 은행원 출신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과장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보는 게 옳다고 봅니다."

국내 시중은행에서 도쿄지점장을 지낸 A씨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쿄지점 파문과 관련해 "조직적인 비리라든지, 관행적 문제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비리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두 차례에 걸쳐 도쿄에서 근무하면서 신문지상에 나오는 브로커를 본 적이 거의 없다"며 "한류가 유행하면서 신오쿠보 같은 지역에 한국에서 건너온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하기 위해 도쿄지점에서 대출을 받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때도 브로커들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시장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서도 과장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적어도 일본인들의 준법의식이 우리보다는 반 단계 정도 높다는 것"이라며 "대출의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관행은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없다"고 말했다.

도쿄지점이 인사특혜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외환위기(IMF)를 전후로 도쿄지점장 출신이 어떻게 됐느냐를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며 "적어도 IMF 이후부터는 도쿄지점장을 끝으로 은행원 생활을 끝마치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IMF 전까지만 해도 모든 정보가 일본을 통해서 전해질 정도로 중요한 곳이어서 힘 있는 사람들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인터넷 발달로 정보공개가 투명해지면서 일본보다는 영미국가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일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일본 금융시장이 매우 후진적 문화를 갖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현지 지인들은 과도한 폄하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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