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ㆍMBCㆍYTNㆍ신한은행ㆍ농협 등 국내 주요 방송사와 금융기관의 서버와 전산망이 외부 해킹으로 일제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사이버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사이버 위기 경보를 발령했고 군도 정보작전 방호태세를 인포콘으로 한 단계 격상했다. 전산망 마비가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할 만큼 위중한 것이라는 의미다.
아직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번 전산망 마비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의 정보보안과 사이버테러 대응태세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기업도 아닌 방송사와 금융기관 같은 국가 핵심 시설들이 외부 해킹에 속수무책으로 뻥 뚫려버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은 해킹이 발생할 때마다 앞으로 사이버테러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2009년 청와대를 비롯한 44개 국가기관과 기업에 대한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2011년 농협 전산망 마비, 지난해 일부 언론사의 해킹 공격 이후 철저한 대비를 다짐했지만 이번 사태는 과연 준비가 제대로 이뤄졌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러고도 인터넷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지 부끄러울 뿐이다.
현단계에서는 일단 원인파악이 급선무지만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KBSㆍMBCㆍYTN 같은 주요 방송사의 전산망이 일시적이나마 마비됐다는 사실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공영과 민영을 막론하고 주요 방송사에서 일어난 이런 사고는 국가의 중추신경 마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자체 비상망뿐 아니라 고객 원장을 갖고 있어 시간이 흐르면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지만 방송사는 전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거나 위급상황시 국가가 꼭 필요로 하는 대국민 방송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대외세력의 테러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낱낱이 조사하되 방송국도 은행 수준의 백업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