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신용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만 골라서 돈을 꿔주는 은행이 있다.
등 따습고, 배 부른 은행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지만 착한 이 은행은 가난한 이들만 골라서 돕는다. 이 은행의 이름은 사회연대은행이다.
책은 이 땅에 빈민을 위한 대안금융을 처음 도입한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대표의 이야기다.
저자는 사당동 철거민촌에서 보충수업 교재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사춘기를 보냈다. 그는 그런 와중에도 서울고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옥살이를 했고, 그 같은 전력 때문에 국내기업에 취업이 안되자 신원조회를 하지 않던 외국계 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홍콩, 자카르타, 프놈펜 등지에서 은행을 설립해 운영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노동부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는 목에 걸린 듯 남아 있는 숙제가 있었다. 그것은 청년 시절 가슴에 품었던,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겠다는 꿈이었다.
그는 책에서 무엇보다 격렬한 희망, 꿈을 강조한다. 그는 "꿈을 이루는 데 들이는 노력만큼이나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지키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또 "이 책은 나의 패자 부활전에 관한 이야기이자 바쁜 삶 속에서 잊고 살았던'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젊은 날의 꿈을 이루어 낸 인생 2막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책에는 저자의 인생 2막을 이끈, 동반자들의 이야기도 소개되어 있다. 아이디어 뱅크이자 열정적 실천가인 마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 총재, 사회연대은행 이사장이자 장애인 재활시설 '우리마을' 촌장인 김성수 전 성공회주교, 체인지 메이커를 후원하고 있는 아쇼카 재단의 빌 드래이튼 등이 그들이다.
또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을 받아 패자부활에 성공한 무지개 가게 사장들, 꿈을 설계하며 사회적 기업을 일구어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마음을 움직인다.
저자는 "이들의 아름다운 꿈이야말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자, 인생을 신나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의'다시 시작하기'에 관한 경험과 패자부활을 돕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음과 같은 제언이 담겨 있다.
"패자들을 위해 잡은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더 나아가 먹이를 잡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