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정부 「포커」협상 결렬선언… 새국면

◎납품사 공급거부·추가비용 부담 「청산」 선택/삼성측 “유일한 대안… 연장제의” 불구/항공기 국내개발 꿈 물거품위기 직면네덜란드정부가 29일 삼성그룹과의 포커사인수협상은 결렬됐으며 이에따라 포커사는 앞으로 청산절차를 밟게될 것이라고 공식발표함으로써 삼성의 포커사 인수작업이 더욱 불투명하게 됐다. 이와함께 정부가 한·중중형항공기 합작사업 결렬 이후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해왔던 포커사인수를 통한 중형항공개발사업도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스 위저스 네덜란드 경제부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그룹은 포커사의 인수협상에서 누려왔던 독점적인 지위를 오늘로 상실했으며 얼마전 교환했던 의향서도 이제는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며 인수협상이 결렬됐음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위저스 장관은 『포커사의 경영진과 청산인들은 오랜 숙고 끝에 더 이상 협상해봤자 포커사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포커사는 앞으로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포커사인수협상을 벌여왔던 삼성항공측은 『네덜란드정부에 올해말까지 협상을 계속하자고 제의하고 있어 현재로서 협상이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고 그 예로 청산인들이 네덜란드정부에 협상시한을 1개월 더 연장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네덜란드정부가 삼성과의 협상결렬을 발표한 것은 최근 포커사에 중형항공기날개를 공급해왔던 쇼츠 브라더스사(캐나다 봄바디어사계열)를 비롯해 주요납품업체들이 더 이상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나선데다 협상이 계속 미뤄짐으로써 경비지출이 늘어나 청산절차를 밟는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정부는 협상지연에 따른 추가비용이 올해말까지 1억달러에 이르고 이를 삼성이 부담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삼성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도 협상결렬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포커사를 인수할 업체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삼성그룹이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는 현상황에서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덜란드정부당국자나 청산인들도 한결같이 『포커사를 살리는 유일한 방안은 삼성이 인수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항공측도 『인수조건을 둘러싸고 현지정부 및 청산인들과 아직 최종결론에 도달하지 않았고 협상시한을 연말까지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결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논평하고 있다. 정부 역시 네덜란드와의 협상이 아직 결렬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통상산업부 림래규기초공업국장은 『한국외에 포커를 인수하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상 네덜란드 정부가 이를 쉽게 결정할 수 없으며 청산절차 역시 빠른 시일안에 종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수협상이 결렬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림국장은 『중국과의 공동개발계획이나 포커사인수는 중형항공기개발프로젝트의 한 방안이었을 뿐 모든 것은 아니다』고 설명하고 『포커사인수가 무산된다면 보잉이나 맥도널 더글러스등 다른 외국업체와 중형항공기개발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커 인수가 최종 무산될 경우 지난 93년부터 시작된 「항공기 국내 개발」의 꿈은 다시 한 번 좌절의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중국과의 협상결렬에 이어 포커사인수 무산에 따른 정책실패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속 프로젝트가 준비되지 못한 채 중형기 개발사업이 장기간 공전될 경우 관련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의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경영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포커사는 7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70∼1백인승급 중형항공기전문생산업체로 지금까지 1천3백여대의 비행기를 팔아 이 부문에서는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51%의 지분을 갖고 있던 독일의 다사사가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지난 1월 법원에 채권보전신청을 내고 자금지원을 중단함으로써 경영난에 봉착했다. 이후 포커사는 포커 에이비에이션을 매각한 것을 비롯해 포커 에어크래프등 3개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한편 5천6백명의 종업원을 해고하는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네덜란드정부는 포커사의 정상화를 위해 캐나다의 봄바디어사 및 삼성그룹과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봄바디어사가 중간에 협상을 포기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삼성항공과 단독협상을 벌여 1차로 10월 1일, 2차로 11월 1일, 3차로 11월말까지 협상기간을 연장해가며 논의해왔으나 인수금액 및 네덜란드정부의 재정지원문제등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김희중·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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