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로펌 성공시대] <18> 법무법인 정진

수임사건 70%가 금융·건설 등 기업법무
'공적자금특별법 20조' 합헌 받아내 예금자보호·저축銀 사건서 두각
금융기관 파산제도 발전에 기여

정혁진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앞으로 로펌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정진은 기업 법무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권욱기자

지난 2000년 금융사의 파산을 둘러싸고 법원과 예금보험공사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2000년 12월부터 시행된 공적자금관리특별법 20조 등에 대해 법원이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특별법 20조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법원이 예금보험공사나 그 임직원을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예보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경우 법원의 감독권을 배제하도록 규정하는 조항이었다. 이는 예보가 파산관재인이 되는 경우 법원은 마음대로 예보를 관재인에서 해임할 수 없으며 예보는 법원의 허가 없이 파산재산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법원은 반발하며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했다.

법원은 "파산관재인은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예보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서 다른 채권자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 중립적으로 관재 업무를 처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경우에도 예보를 파산절차의 주재자로 선임하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1년 3월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며 예보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이는 공적자금이 지원된 금융기관이 파산한 경우 공적자금의 효율적 회수를 위해 예보나 그 임직원을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해 예보가 주체적적으로 신속하게 공적자금 회수를 할 수 있도록 파산절차의 특례로 입법된 조항"이라며 "예보는 그 성격으로 볼 때 다른 공사나 기업, 개인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고 전문성과 중립성, 공평성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헌재로부터 이 같은 합헌 결정을 이끌어 내는데 일조한 인물이 당시 예보 소속 변호사이던 현 법무법인 정진의 정혁진(47) 대표변호사였다. 정 대표는 "이 사건은 담당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며 "합헌 결정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금융기관 파산제도의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법무법인 정진은 기업 법무, 그중에서도 금융과 건설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로펌이다. 국내 법률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창립 7년 만에 사무실을 두 번이나 확장했으며 변호사 수도 처음 다섯 명에서 현재 약 20명으로 늘릴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창립 멤버인 김대영·윤성철 대표변호사와 2011년 합류한 정 대표 등 세 변호사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전체 사건 가운데 약 70%가 기업 법무 사건으로 높은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예보나 보험회사 등의 사건을 담당하는 금융팀과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등과 관련된 계약 등을 다루는 건설팀, 그 외 기업 관련 사건을 책임지는 기업팀 등으로 담당 업무를 세분화하고 있다. 전체 기업 법무 사건 중 약 3분의 2가 금융 분야 사건일 정도로 정진은 특히 금융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자랑한다. 정 대표는 "예금자보호법이나 저축은행과 관련된 사건들은 우리 사무실이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예금자보호법과 금융기관 파산과 관련해서는 법무법인 정진이 메이저 로펌 못지않게 일을 하고 있어서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진이 이처럼 기업 법무 사건에서 뛰어난 것은 삼성과, SK, 코오롱,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변호사 생활을 한 사내변호사 출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회사 내부에서 동료들과 한솥밥을 먹어 보았던 경험이 단순히 의뢰인과 변호사로 일했던 것보다 회사의 니즈(needs)를 이해하고 그것들을 채워주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단순한 법률가가 아니라 회사에서 직접 일을 해 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경영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잘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소속 변호사들도 정진의 특징이다. 예금보험공사 출신의 김대영·김옥섭 변호사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윤성철 변호사, 서울고법 판사 출신의 임정수 변호사, 코오롱그룹 법무실장 출신의 전선룡 변호사, 국내 최초로 베트남 현지에서 3년간 근무했던 김의환 변호사, 음대 출신의 '피아노 치는 변호사'로 유명한 박지영 변호사, 게임 분야 전문가인 이병찬 변호사 등이 그들이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장감시총괄과장을 역임한 노상섭 고문도 정진에 합류해 다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다져 나가고 있다. 정 대표 또한 예금보험공사 변호사와 삼성그룹 선임변호사, 숭실대 교수,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 법무실장 등의 다양한 이력을 자랑한다.

정진은 기업 법무 사건은 '길'을 알고 있는 전문 로펌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대표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가르쳐주는 내비게이션처럼 변호사는 의뢰인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며 "요즘은 실시간 교통상황을 보기 위해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을 틀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 로펌은 내비게이션처럼 늘 업데이트돼 의뢰인들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e is…




△1967년 충남 아산 △경문고, 서울대 서양사학과, 공법학과 △사시 40회(사법연수원 30기) △2001년 예보 조사 1부 변호사 등 △2003년 삼성화재 송무팀 선임변호사 △2005년 법무법인 다인 △2006년 숭실대 법대 조교수 △2007년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 법무실장 △2011년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



정혁진 대표변호사, "문제해결 위해선 다른 로펌과도 협업"


김연하 기자




정혁진(47) 법무법인 정진 대표변호사는 사내변호사가 드물던 1990년대 당시 예금보험공사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당시에는 사내변호사가 드물다 보니 연수원을 수료할 때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도 받았었다"며 "주로 법원과 검찰, 로펌으로 진로를 정했기 때문에 희한하게 보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이력만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예보에 이어 삼성화재의 선임변호사와 대학교수,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 법무실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대개의 변호사들이 로펌에서 로펌으로 이동하는 비교적 단순한 이력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여러 분야에서 활동한 셈이다.

온통 법대 일색인 변호사들 사이에서 정 대표는 독특한 학력도 자랑한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대학원도 같은 학과로 진학했지만 이후 법학에 이끌려 법대에 편입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후 법대 석사 학위까지 따면서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모두 2개씩 갖게 됐다. 정 대표는 "지금은 한양대에서 건축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며 "조만간 학위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정 대표는 인터뷰 내내 로펌의 존재 이유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뢰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로펌으로 가져오지는 않는다"며 "우리 사무실은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로펌의 변호사들이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당사자를 대신해 해결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라며 "자기 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당사자이지만 변호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당사자보다 더 잘 알아야 하므로 어찌 보면 가장 힘들고 바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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