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 잘못된 정보가 병을 키운다


요즘 불임환자들이 병원을 찾으면 불임의 원인이 혹시 '환경호르몬' 때문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 만병의 원인이 '스트레스'였다면 지금은 만병의 원인이 환경호르몬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사실 환경호르몬은 내분비계 교란 의심물질로 추정 되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자료는 없다. 지난 2010년 10월 미국생식의학회에서 주관하는 전문학술지인 '임신과 난임(Fertility and Sterility)'에 발표된 데쿤 리 박사의 논문이 흥미로웠다. 환경호르몬, 불임 연관성 적어 그는 중국 근로자 514명을 조사해 발표한 연구를 제시했다. 연구는 소변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된 남성이 비스페놀A가 미검출된 남성에 비해 정자의 농도(정액 1㎖ 속에 들어 있는 정자 수)와 운동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국내에서 남성요인의 난임을 다루는 한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주제가 이슈화돼 습득한 지식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의 논문을 찾아 읽던 중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첫째, 대상 근로자 중 40세 이상이 약 20% 였고 둘째, 약 70%가 흡연자였고 셋째, 약 25%가 음주자였다. 그러한 표본집단을 근거로 조사한 연구결과는 전문가로서 사실 신뢰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의 연구결과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 됐고 비스페놀A가 불임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때 이후로 자신의 불임 원인을 환경호르몬 탓으로 돌리는 환자들이 부쩍 증가했다. 데쿤 리 박사의 연구를 반박할 만한 연구 결과를 비슷한 시기에 스완 박사팀이 발표했다. 산부인과에 방문한 임산부의 남편을 조사한 결과 미세한 비스페놀A는 정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결과는 기사화되지 않았다. 난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외형상 건강한 젊은 남녀가 정상적으로 부부생활은 하면서 피임하지 않는 성생활을 1년간 지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유발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정상 부부에서 임신 가능성은 정상적 성생활 후 첫 달에 20~25%, 6개월에 75%, 1년에 85~90%에 이른다. 결혼한 부부의 10~15%는 난임으로 간주해 이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되며 적극적인 검사를 원할 때는 1년이 되기 전이라도 평가를 하게 된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문진을 통해 생식 능력과 관계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전체 병력을 알아보고 일반 신체검사와 기초적인 생식력 검사를 시행하게 되지만 많은 경우 정액검사에 뚜렷한 이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남성 난임이란 단순히 한 가지 질환의 결과인 경우보다는 모든 신체 기능 합계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난임의 원인으로는 다른 원인에 의한 결과인 경우도 많아서 아직까지 전체 남성 난임의 약 1/3은 원인 불명으로 분류된다. 아마 환경적 요인, 생활양식, 결혼연령 및 비만 등이 포함될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에 콜라(coke) 등에 포함된 카페인이 정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들은 난임으로 진단되거나 정관수술 후 복원수술을 받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약 2,500명의 건장한 군인을 대상으로 재현한 연구에서 1일 1L 이하로 콜라를 마신 경우 정자 상태의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요즘 콜라를 마시면서 난임을 걱정하지는 않지 않은가. 남성 난임 상당수 원인 몰라 환경호르몬에 대한 수많은 기사를 접한 사람은 당연히 불안해 할 것이다. 불안의 근원은 정보의 차단과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건강은 제일 소중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진행된 비스페놀A 젖병 사용금지 입법안을 보고 만약 그렇다면 대체물질은 과연 얼마나 안전성이 확보됐냐는 것이다. 폴리에테르설폰(PES)이나 트라이탄 등의 대체물질은 연구논문조차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국국립보건원(NIH)과 미국식품의약국(FDA)을 신뢰하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공개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미국 FDA는 비스페놀A에 대해 노출경로, 다양한 임상연구 결과 불일치, 동물실험결과의 인체 적용 적합성, 나이와 종족에 따른 대사과정 차이, 비스페놀A의 농도 차에 따른 결과 등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오는 2012년에 발표예정인 중간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나라 환경호르몬의 규제 정도는 유럽연합(EU)과 같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비스페놀A 양으로는 성인 남성의 생식능력과 연관성이 적으니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불안ㆍ긴장 및 초조 등과 같은 스트레스가 오히려 불임의 원인이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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