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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A씨. 저소득 근로자 가구에게 본인이 납입한 금액의 50%나 100%를 매칭해 지원해주는 서울시 '희망플러스 꿈나래통장'에 가입할 만큼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그는 최근 솟구치는 전셋값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올 해 말이 전세 만기일인데 수 천 만원씩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이 싼 경기도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서울시에서 받고 있는 꿈나래통장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게 문제다. A씨는 "2년마다 전셋값이 수 천 만원씩 오르는 게 정상이냐"라며 "서울에서 세입자로 살기가 정말 힘들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서울의 전세가격 오름세가 51주째 이어지고 있다. 3.3㎡당 평균 아파트 전셋값도 900만원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가을 이사철에 서울에서 전셋집을 재계약 하려면 평균 3,3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가계부채 등을 이유로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공급마저 역대 최저 수준이 되면서 전세 물건의 절대량이 줄어든 것. 여기에 집값 하락세 지속으로 아파트 구매 수요마저 모두 전세로 몰리면서 요즘 전세시장에선 물건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에서 경기ㆍ인천 지역으로 밀려나는 이른바 '전세난민'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6월 한달 동안 8,700여명이 서울을 떠난 반면, 경기ㆍ인천 지역에는 7,800여명이 유입됐다. 급등한 전셋값에 쫓겨나다시피 내몰린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서도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은 전세가격 오름세가 서울 못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천과 용인, 분당과 일산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전셋값도 올해 평균 2.1%가 올랐다.
더욱이 아직 경제적 기반이 잡히지 않은 20~30대의 사회초년생들과 이제 막 가정을 꾸리는 신혼부부들은 거주비 부담에 골머리를 앓는다. 이들이 살만한 집은 없을까. 좋은 환경이 갖춰진 잘 새 아파트에 들어가야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서울에서도 충분히 2억원 이하 전세 아파트를 고를 수 있다.
보증금 2억원을 주고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아파트 전용 85㎡에 사는 신혼주부 B씨. 전세 만기일인 10월을 두 달여 앞둔 최근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7,000만원 올리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20년 된 아파트의 꼭대기 층이라 아예 이번에 집을 옮겨보려는 생각에 여기저기 전셋집을 알아보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가까운 광명에 보증금 3억원 정도의 새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신랑의 외벌이로 꾸려가는 살림에 1억원 가량의 대출은 부담스럽고, 시댁에서도 서울을 벗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눈치다. 여기저기 둘러본 끝에 선택한 곳은 고척동 삼익아파트 전용 107㎡. 도심에서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 좀 더 넓은 평수로 넓혀 가면서도 보증금은 오히려 500만원이 줄었다.
최근 하우스푸어 문제와 임대차 시장의 구조변화가 맞물리면서 전세시장에서 물건 기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급격히 줄고 있는 전세물건과 달리 수요는 급증하면서 전셋값마저 치솟고 있는 상황. 하반기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 벌써부터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을 이사철에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들 중 발이 빠른 이들은 벌써부터 싼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수도권 외곽을 전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 싼 전셋집이 굳이 서울을 벗어나야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2억원 이하의 전셋집을 충분히 구할 수 있다는 것.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노원ㆍ강동ㆍ강서구 등 찾는다면 서울에서도 2억원 이하 전세 아파트를 충분히 구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런 지역도 물건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라 가을에 이사계획이 있다면 미리미리 나가서 살펴보고 좋은 물건은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전셋값 2억원 이하 단지 80여 곳=부동산114(www.r114.com)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중 전세가격 2억원 이하 물건이 있는 것은 모두 89개 단지(14만1,28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는 25개 중 강남ㆍ송파ㆍ강동구를 포함해 19구에, 이 중 1억원 이하 전세 아파트가 있는 곳도 13개 자치구에 모두 32개 단지(4만8,343가구)나 된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노원구가 17곳(3만4,460가구)로 가장 많았다. 중소형이 주를 이루는 주공아파트 중심으로 1억원 이하 아파트 전세가 있는 단지가 11곳(1만9,862가구)에 달했고, 1억원 초과 2억원 이하 전세물건은 6개 단지(1만4,598)에 분포돼 있다.
그 뒤로는 도봉구가 10곳(1만3,177가구)으로 2억 미만 전세물건 단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이하와 1억원 초과 2억원 미만이 각각 5곳씩 있었다.
이 밖에도 ▦강동구 8개 단지(2만2,688가구) ▦양천구 7개 단지(1만527가구) ▦중랑구 6개 단지(5,797가구) ▦성북구 5개 단지(6,312가구) ▦강서구 4개 단지(4,876가구0 ▦구로구 5개 단지(4,208가구) ▦동대문구 4개 단지(5,103가구) ▦서대문구 4개 단지(4,264가구) ▦영등포구 4개 단지(3,855) ▦강남구 3개 단지(7,010가구) ▦송파구 3개 단지(2,320가구) 등의 순이었다.
다만 강동구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둔촌주공 1ㆍ2ㆍ4단지와 고덕주공2ㆍ4단지를 제외하면 2억원 미만 전세물건이 존재하는 단지가 삼익그린2차ㆍ삼익파크ㆍ동아하이빌 등 3곳으로 줄어든다.
◇주목할만한 단지 어디=전세가격이 가장 싼 곳은 중랑구 면목동 한신아파트로 36㎡(이하 전용면적)의 시세가 5,750만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는 1988년에 1,362가구가 입주한 대단지 아파트로, 이중 165가구가 36㎡다. 중앙선 중랑역과 7호선 면목역이 가깝고, 중랑천을 사이에 두고 배봉산 근린공원이 마주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도 11곳이나 된다. 이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경남아너스빌 아파트로 2006년 입주를 시작했다. 전용 51㎡의 전세가격은 1억9,500만원 선이지만, 전체 386가구 중 12가구에 불과하다는 것은 고려해야 할 점이다.
2005년 준공된 성북구 정릉동 중앙하이츠빌2차 아파트는 84㎡의 전세가격이 2억원이다. 전체 745가구 중 516가구가 84㎡ 형이라 물건도 풍부한 편이다. 입주가 2005년 시작된 도봉구 도봉동의 래미안도봉 아파트도 59㎡의 전세가격이 1억9,500만원이었다.
이 밖에도 ▦성북구 정릉동 정릉풍림아이원(2003년 입주) 59㎡ 1억7,250만원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2001년 입주) 59㎡ 1억9,000만원 ▦은평구 수색동 대림한숲타운(2001년 입주) 84㎡ 1억9,500만원 등 2000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중에서 전세가격이 2억원보다 낮은 단지가 상당수 있다.
전세가격이 2억원 이하이면서 면적이 84㎡ 이상이 되는 단지도 11곳에 달했다. 이 중 114㎡으로 가장 넓은 구로구 고척동 대우아파트는 전세가격이 1억9,500만원 수준이다. 같은 동 삼익1차 아파트도 107㎡의 전세가격이 1억9,500만원이다.
가장 대규모 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로 총 5,040가구다. 평균 전세가격은 42.53㎡ 8,750만원, 35.85㎡ 7,250만원이다. 가구 수가 가장 적은 아파트는 도봉구 쌍문동 백조아파트로 104가구에 전용면적 72.72㎡ 기준 평균 전세가격 8,500만원이다.
◇집주인 대출 확인은 필수=이처럼 싼 전셋집을 얻을 때 무엇보다 꼼꼼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등기부등본 확인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전에 소유자의 확인부터 근저당권, 가압류 등의 권리 관계를 자세히 확인해보고, 대출이 있다면 등기부등본에 설정된 채권최고액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현재 매매 시세의 70%가 넘는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집 주인이 대출을 많이 끼고 있어 전세를 싸게 냈을 수도 있다"며 "대출비중이 높으면 그만큼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계약 후 특약과 대항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경기 택지지구로 눈 돌려볼까 계양 센트레빌 건설사서 임대 1억6500만~2억2000만원선 한강신도시·청라·진접지구도 서울 접근성 좋아 주목할만 김상훈기자 서울에도 2억원 미만 전세 아파트는 물량이 많지 않아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눈을 서울 인근 인천ㆍ경기지역 택지지구로만 돌리면 상대적으로 물량이 풍부한 전셋집 가운데 저렴한 집을 선택할 수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인천ㆍ경기의 택지지구에 전셋집을 얻는 것이 낮은 주거비용으로 새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을 벗어나는 세입자들이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풍부한 인천ㆍ경기 지역에서 좋은 물건을 찾으려면 이사철 이전에 미리미리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22일부터 인천 계양구 소재 '계양 센트레빌'을 조건 없는 순수 전세로 분양하고 있다. 계약금이나 입주잔금을 내지 않고 전세보증금만 내고 2년을 거주할 수 있도록 건설사가 직접 임대를 하는 방식이다. 특히 보통의 전세와 마찬가지로 1순위 확정일자가 가능하고, 회사 물량이라 근저당이 설정돼 있지 않아 '깡통전세'의 위험에서도 안전하다. 임차인이 원하면 전세등기도 가능하다. 전세물건은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전용 84~145㎡ 일부 물량에 한정돼 있고, 전세가격은 1억6,500만~2억2,000만원 선이다. 이 단지는 인근 공항철도 계양역을 이용하면 김포공항까지 한 정거장이면 이동할 수 있고 서울역까지는 25분대, 강남까지는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어 서울로의 출퇴근이 편리하다.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청라 한양수자인'도 현재 전용 102㎡의 전세가격이 1억~1억1,000만원 수준이다. 지난 11일 청라 간선급행버스(M버스)가 개통돼 청라와 서울지하철 9호선 가양역을 잇고 있으며, 연말에는 인천공항철도 청라역이 개통될 예정이다. 입주 2년 차인 한강신도시 '고창마을 KCC스위첸'도 전세가가 최고 1억6,000만원 선에 불과하다. 모두 전용 59㎡으로 구성됐고, 직행버스나 M버스를 통해 신촌이나 서울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경기 남양주시 진접택지개발지구 초입에 위치한 '신안인스빌'은 전세가가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선이다. 2010년 2월 입주했으며 18개동 1,100가구(전용 85㎡) 규모다. 현재 잠실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8012번 직행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