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1990년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가 감세 정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9일 발표한 ‘최근 국세수입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근 세입 여건에 대해 “일본처럼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일본과 같은 반복적 감세 정책을 펴지 않고 구조개혁으로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를 막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한국은 국세수입이 감소세인 일본과 달리 아직은 세수 절대액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증가율은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2000년부터 금융위기 이전까지의 연평균 국세수입 증가율은 8.3%였지만 2010년 이후 4.6%로 반 토막 났다.
최근에는 3년 연속으로 예산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결손이 발생해 한국도 일본처럼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분석 결과 1990년대 일본과 현재 한국의 세수 부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명목 경제성장률의 하락이었다.
명목 경제성장률은 실질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것이다.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국내 세수가 2조원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명목 성장률은 2010년 9.7%였으나 2012년부터는 3%대에 정체돼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의 명목 성장률 추세는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매우 유사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낮은 명목 성장률이 유지되면 일본처럼 심각한 세수 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0%대에 머물고 있는 저물가가 세수에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하고, 구조개혁으로 실질 성장률을 높여야 급격한 세수 둔화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대규모 감세 정책을 썼다가 세수 감소를 맞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은 감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1990년대 세 차례에 걸쳐 소득세율을 인하했고 특별감세와 공제도 확대했다. 법인세의 경우 기업소득 부진으로 줄었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 부담률이 하락했지만 소비세·부가가치세 부담률이 높아진 덕분에 국세 수입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처럼 대규모 감세 정책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주요 세목 부담률이 큰 폭으로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세입 여건은 명목 성장률에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