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조 넘게 팔아치운 국민연금… 알짜 중소형 실적주는 사들였다

동부화재·코리안리 비중 늘리고
화장품주도 쇼핑리스트 올라
종근당 5%P 이상 매수해 눈길


국민연금이 올 1ㆍ4분기 주식시장에서 1조원 이상을 매도한 가운데서도 실적 개선주들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올 들어 비중을 늘리거나 신규 매수한 상장사는 총 60개(유가 39개, 코스닥 21개)에 달했다. 반면 35개 종목은 비중을 줄였다.

최근 3개월간 국민연금이 신규 취득한 종목은 27개로 에이블씨앤씨(7.23%), 크라운제과(6.65%), 에스텍파마(6.51%), 한솔테크닉스(6.36%), 인터플렉스(6.32%) 등 주로 중소형 실적주들을 골고루 담았다.

특정 업종을 늘리기보다는 같은 업종 내에서 실적이 부진하거나 그동안 많이 올라 상승 모멘텀이 약한 종목은 팔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실적 호전주를 선택적으로 매수하면서 업종 내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주 가운데서는 지난해 말 실적개선세가 두드러졌던 우리투자증권과 한국금융지주는 사들인 반면 지난해 4~12월 누적 순이익이 80% 이상 감소한 KTB투자증권은 1%포인트 이상 줄였다. 또 보험주 가운데서는 LIG손해보험 지분을 9.44%에서 8.4%로 줄인 반면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히는 동부화재와 코리안리 비중을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음식료주 가운데서는 올 들어 주가가 각각 13%, 20%나 오른 롯데삼강과 오리온을 팔아 차익실현을 하고 대상과 롯데칠성, 크라운제과, 사조산업의 비중을 늘렸다. 또 건설주 중에서는 대림산업과 태영건설, 제약주로는 종근당ㆍ에스텍파마 등이 쇼핑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소비확대의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들 가운데서도 일부 실적 호전주를 선별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6.25%에 달했던 락앤락 지분을 2.31%까지 낮춘 것을 비롯해 베이직하우스 등은 비중을 줄인 반면 에이블씨앤씨ㆍ아모레퍼시픽ㆍ제닉ㆍ코스맥스 등 중국 수혜가 예상되는 화장품주들을 주로 사들였다.

이밖에 제약업황 악화로 지난해 지분을 꾸준히 줄였던 종근당 지분을 1ㆍ4분기에는 5%포인트 늘려 눈길을 끌었다. 또 한샘ㆍ리노공업ㆍ코리안리 등 일부 종목은 지난해부터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반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쇼핑 리스트에 올랐던 녹십자ㆍ한국타이어ㆍ넥센타이어ㆍ락앤락은 올 들어서는 매도 리스트에 올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여력은 충분하지만 하반기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주식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업종 내에서 종목별 리밸런싱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지난해 코스피지수 1,800선에서 사들인 종목들 중 많이 오른 종목을 차익 실현하거나 실적 모멘텀이 약한 종목들을 팔아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하이닉스와 실리콘웍스, 테라세미콘 등 올 1~3월 강세를 보인 IT주와 관련 부품주 비중을 줄인 가운데서도 주가가 130만원을 돌파한 삼성전자의 비중은 6%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ㆍ4분기 삼성전자 주식 148만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을 5%에서 6%로 높였다. 주가 강세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가치는 지난해 말 9조3,557억원에서 이날 현재 11조5,929억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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