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전격 합병을 결의한 26일 양사의 분위기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양사의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중복되는 사업 분야도 있어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삼성물산의 한 직원은 "뉴스를 보고 나서 합병 사실을 알았다"면서 "다음 절차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들이 사내에 돌면서 직원들도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과 상사 부문을 나눠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 삼성물산에서는 내부적으로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과 올 초에 걸쳐 이미 800명을 상대로 1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오는 9월께 800명을 더 감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4분기 실적도 건설 부문이 부진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7.7% 급감한 488억원에 그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전격 합병이 단행돼 구조조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공공·주택 사업은 물론 플랜트까지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회사 안팎에 빠르게 돌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원래 상사 부문과 건설 부문을 분리해 건설만 제일모직과 합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면서 "이제 임직원 사이에서는 회사를 통째로 합쳐 중복되는 사업에서 보다 광범한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고 말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현재 국내외에서 빌딩 시공 사업을 벌이고 있고 플랜트 분야에서도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제일모직 건설 사업 부문의 매출액은 지난해 연간 1조2,79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제일모직 역시 건설·리조트 부문을 중심으로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측은 "삼성물산은 대형 토목건설, 제일모직은 조경과 디자인 위주여서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중복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도 이번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대대적인 추가 구조조정은 없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한화와의 '빅딜'은 한계사업 정리라는 측면이 강했지만 이번 합병은 그런 구도로 놓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외형적으로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계에 있는 것은 맞다고 봐야 한다"며 "양사가 당분간 사업 부문별 각자 대표체제를 유지하면서 융합 과정을 거치고 이후에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의 메스를 들이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