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2부작 자연다큐 11~12일 방영SBS가 설 연휴인 11~12일 야생곰 복원 프로젝트를 다룬 2부작 자연 다큐멘터리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을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40~50년 전까지만 해도 흔했던 반달 가슴곰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맞춘다.
환경부에서 밝힌 국내 야생 반달가슴곰의 생존 개체수는 대략 5~8마리. 유전적 다양성 입장에선 이미 절멸이나 다름없는 수치다.
이 프로그램은 국립환경연구원의 야생 반달가슴곰 복원사업과 함께 진행됐다. 인간의 환경 파괴로 사라진 야생 곰을 인간의 손으로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 속에서 취재진이 보낸 400여 일이 카메라 안에서 고스란히 살아난다.
2001년 1월말 경. 우리 곰과 유전 형질이 일치하는 중국 반달가슴곰 무리로부터 새끼곰들이 태어났다.
실험 대상에 선정된 건 암수 두 쌍으로 '장군' '반돌' '반순' '막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이 어미 품에서 보낸 시간은 고작 4개월. 1~2년을 어미와 보내는 여타 야생 곰들과는 달리 어미로부터의 분리가 '야생곰 되기'의 첫 발이 됐다.
사람에 길들여진 어미와는 야생 복귀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이유식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다. 이유식에 적응하지 못한 '반돌' '반순'은 사망하고 '막내'는 장기입원 하게 된다. 이에 실험팀은 새로운 곰 두 마리를 영입해야만 했다.
이유기를 무사히 마친 곰 네 마리는 지리산에 조성된 야생 숙소로 옮겨진다. 숲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은 전에 없던 민첩한 자세로 나무를 탄다. 잎을 엮어 만드는 은신처 '상사리'역시 본적도 없건만 곧잘 해낸다. 게다가 훈련장 울타리를 넘어 산하를 활보하는 등 영락없는 '야생곰'의 면모다.
9월 8일. 생후 7개월 된 네 마리의 곰이 자연으로 방사됐다. 이 기간을 넘기면 도움을 주는 인간을 인식, '야생화'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러시아ㆍ미국 등지에서 행해진 복원 실험의 노하우다. 추적기를 단 이들이 숲속으로 사라졌지만 모든 문제가 끝난 건 아니었다. 사람을 피하고 무서워해야 할 야생곰 '막내'가 인간을 좇아 등산로에 진을 치게 된 것. 사람에게 익숙해진 막내는 결국 실험에서 탈락한다.
제작진의 다음 관심은 동면으로 쏠렸다. 어미 곰으로부터 전혀 교육 받지 못한 이들이 무사히 동면에 들어갈 수 있을까. 모든 우려를 깨고 취재팀은 동면에 들어간 세 마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한다.
10년 프로젝트인 야생동물 복원실험은 이제 시작 단계. 취재팀의 다음 일조는 카메라 철수였다. 취재진과의 접촉 역시 야생곰에겐 도움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련한 촬영감독이 만든 화면에 시종 조심스런 긴장이 묻어난다. 생태계의 질서를 깨뜨린 인간이 해야 할 '어려운 빚갚음' 을 함께 한 탓일지 모른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