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갈등을 풀기 위해 시민들을 시정에 적극 참여시켰더니 서울이 조용해졌습니다.”
12일(현지시간) 오후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마카티시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막사이사이상 재단 설립 55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온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이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노하우를 제시했다.
박 시장은 “취임 뒤 도시개발과 재개발ㆍ재건축 등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복지ㆍ교육ㆍ보육ㆍ실업ㆍ자살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회고한 뒤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한 끝에 시민들을 참여시켜 집단지성의 힘을 얻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시장은 ▦소통ㆍ협력을 위한 혁신기획관실 신설 ▦청책(聽策) 토론회 개최 ▦시민발언대 운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소통 강화 ▦주민참여예산제 실시 등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주요 시책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 같은 어두운 면이 있고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도 급격한 근대화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뒤 “사회와 공동체가 함께 풀어나갈 때 좋은 삶의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필리핀 정부 관계자와 막사이사이상 수상자, 마닐라 시민과 교민 등 200여명이 참석해 박 시장의 연설을 경청했으며 수차례 큰 박수가 쏟아졌다. 박 시장이 취임 뒤 해마다 주름이 깊어지고 머리가 빠지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큰 웃음 소리도 들렸다.
박 시장 등 서울시대표단은 이날 오전 따기그시 소재 국립묘지에 있는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와 참배를 한 뒤 참전용사 5명을 만나 격려하고 인근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관’을 방문했다. 이어 ‘필리핀-코리아 우정센터’에 들러 한국어와 전기설비 등 직업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강생을 격려했다.
박 시장은 13일까지 ‘참여 거버넌스 실현 토론회’ ‘메트로마닐라 17개 도시 시장단과의 정책공유’ 등의 행사를 마친 뒤 14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막사이사이상=1957년 비행기 사고로 숨을 거둔 라몬 막사이사이 전 필리핀 대통령을 추모ㆍ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적인 상으로 해마다 개인ㆍ단체를 수상자로 선정해 각각 1만달러의 상금과 메달을 수여한다. 2006년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 수상했으며 고(故) 장준하 선생과 고 장기려 박사, 오웅진 신부, 법륜 스님 등 국내 수상자는 1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