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기수출 총성없는 전쟁

"1조달러 시장 잡아라"
부동의 1위 美에 각국서 도전장
러시아 "2020년 정상 도약"선언
日 족쇄풀고 가세… 중국도 약진


전세계 무기수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간 700억달러 정도의 무기를 수출하는 미국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1위 무기수출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과 무기수출 금지의 족쇄를 푼 일본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전세계 국방예산 총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1조7,470억달러(약 1,788조원)에 이른다. 이 시장에서 미국은 29%를 차지하며 러시아·독일을 합칠 경우 3개국이 63%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무기수출국 순위에서 프랑스를 끌어내리고 4위에 올랐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무기수출은 212%나 늘어났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도 2%에서 6%로 늘었다. 특히 중국은 파키스탄·방글라데시·미얀마 등 중소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35개국에 무기를 수출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나타나고 있다고 SIPRI는 평가했다.

4월 무기수출을 인정하는 새로운 3원칙을 발표하며 수출 길을 연 일본도 방위산업 전반의 높은 기술력을 무기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요격미사일 'PAC-2'의 적외선탐지기에 탑재할 고성능 센서를 미국에 수출하기로 결정한 상태로 이는 3원칙 개정 이후 최초다. 아베 신조 총리부터 경기회복을 위해 자신의 이데올로기에도 맞는 방위산업 발전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이번 수출 결정을 하기 전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육상무기 박람회 '유로사토리'에 13개 업체가 참가해 무기수출을 타진한 바 있다.

러시아도 무기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무기수출을 통해 국내 방산기업들이 사업을 확대하고 생산 품질을 높이며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무기수출을 독려했다. 러시아의 무기수출액은 2011년 25억달러에서 지난해 157억달러까지 늘었으며 이미 올해 상반기에만도 56억달러를 넘겼다.

주요국들의 무기수출 경쟁은 세계 각지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미국 전문가 리우웨이동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ㆍ중국 등으로부터 무기를 더 수입해오는 것은 이 지역의 긴장악화를 반영한다"고 우려했다. 무기수출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품을 파는 '죽음의 거래' 중 하나로 분류되는 만큼 무기장사로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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