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의 대상이 된 몇몇 주요 사건은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사기성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이석채 전 KT 회장의 비리 의혹, 효성그룹 탈세·비자금 사건 수사 등이 종결되지 않았다.
법원에서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정치 개입 사건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수사 은폐 사건 등 대형 재판이 새해에 줄줄이 선고를 앞두고 있거나 열띤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들 사건 중에는 정치적 민감성을 띤 사건도 일부 포함돼 있어 최종적인 처리 시기와 결과가 주목된다.
◇회의록 유출·국정원 여직원 감금·대기업 비자금 등 의혹 수사 =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여러 명의 여당 의원이 연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유출·불법열람 의혹에 대해 막바지 수사를 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회의록을 여당 의원들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이 무단으로 공개 또는 유출해 그 내용을 누설했다며 민주당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내용이다.
민주당은 6월 21일과 7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새누리당 김무성, 정문헌, 서상기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남 원장 등 9명을 고발했다.
김 의원과 정 의원, 서 의원은 검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했고 권 대사는 서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의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은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강기정·김현·문병호·우원식·유인태·이종걸·조정식·진선미 등 조사 대상 의원 8명에게 서면조사서를 보내 최근 회신을 받아 분석 및 법리 검토 중이다.
대기업의 관행적 비리를 겨냥한 특수부 수사도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중앙지검 특수2부는 효성그룹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조석래(78) 회장과 아들들에 대한 막바지 수사를 하면서 기소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은 2천억원 안팎의 탈세 및 배임·횡령 혐의를 받는 조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수1부는 동양그룹의 사기성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과 고의적 법정관리 신청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현재현(64) 회장을 3차례 소환해 채무 변제가 어려운 점을 알면서도 회사채와 CP를 발행했는지 등을 추궁했으며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중앙지검 조사부는 재임 시절 횡령·배임을 저지른 의혹이 있는 이석채(68) 전 KT 회장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4번 소환해 조사했으며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54) 행정관과 서초구 조이제(53) 행정지원국장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조회를 조 행정관에게 부탁한 ‘제3의 인물’이 누구인지 추적하고 있다.
중앙지검 형사6부는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54)씨가 자신의 가정부였던 이모(61·여)씨를 공갈·협박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기록 많고 판단 어려운 재판 산적 = 전국 최대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인 주요 재판 가운데 상당수도 해를 넘기게 됐다.
대부분 기록이 방대하고 판단이 까다로운 사건들이다.
일부 사건은 법관 인사를 앞둔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은 당장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원 전 원장 사건과 관련, 2차 공소장 변경으로 추가된 트위터 선거개입 글의 분석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그동안 20여차례 공판을 진행했지만 아직 트위터 글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의 계정이 특정되지 않는 등 진행이 더딘 편이다.
당초 재판부는 내년 2월 법원 정기인사 전에 선고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공판에서는 목표기한 내 선고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중에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사건도 원 전 원장 재판에 병합됐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선고도 늦어질 전망이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축소·은폐 의혹’ 재판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검찰은 지난 26일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청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2월6일 열린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2천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심리를 내년 1월 초 마치고 2월께 선고할 계획이다.
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사건을 맡아 현재 2차 공판준비기일까지 진행한 상태다.
재판부는 내년 1월17일 3차 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일정을 정리할 예정이어서 결론 도달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형사합의30부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 고문에 대한 재판도 맡고 있다. 선고는 내년 1월28일이다.
이밖에 서울고법 형사5부는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진행 중이다. 선고 기일은 내년 2월6일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을 두고 벌어진 상속 소송 항소심에서는 장남 이맹희씨 측이 삼남 이건희 삼성 회장 측에 화해를 제안한 상태다. 서울고법 민사14부는 내년 1월14일 심리를 종결할 방침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