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 "경영진 문책 흘리며 압박" 음모론 제기
정부지분 매각작업을 둘러싸고 조흥은행측이 노조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음모론'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금융당국과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조흥은행측은 매각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당국이 전ㆍ현직 경영진에 대한 문책과 주주권 발동, 통상적인 부실채권 환매 등에 대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흘리는 등 불공정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흥은행의 한 간부는 24일 "금융당국이 아직 징계가 최종 결정되지 않은 무역사기 사건을 두고 전ㆍ현직 경영진에 대한 문책수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한 데 이어 자산관리공사의 한보 부실채권 환매 사실을 흘려 마치 은행에 무슨 커다란 문제라도 있는 듯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매각작업에 대한 반발의 강도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은행측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조흥은행은 특히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주 말 한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입찰참여자 가운데) 신한금융지주회사 외에 서버러스 펀드도 만만치 않다.
서버러스가 금융회사를 끼고 들어올 수도 있으며 입찰참여 기관 중 한곳은 포기할 의사를 비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흥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입찰참여자 공개를 거부한 채 매각주간사에 의해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하면서도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신한지주사의 최고경영자도 서버러스가 생각보다 적극적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매각진행 과정을 어느 정도 전해 듣고 있다는 얘기"라며 "뭔가 투명하게 일처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조흥은행의 이 같은 음모론 제기에 대해 대꾸할 만한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역사기 사건에 연루된 경영진 문책은 이미 예정돼 있었고 한보 채권의 환매 문제는 동일인 한도를 초과한 신탁대출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흥은행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면 매각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에도 오히려 차질이 빚어진다"며 "조흥은행은 불필요한 음모론 제기를 통해 스스로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