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에 모처럼 봄기운이 감도는지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2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97로 나왔다. BSI가 83까지 떨어진 1·4분기에 비하면 회복세가 완연하다. 수출 대기업의 BSI는 105로 기준치 100을 가볍게 넘겼다. 매출 기준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3월 BSI 103.7에서도 공히 나타난 현상이다. 부동산 시장 또한 지난달 수도권과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량이 9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이 급증하는 등 활력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소비심리는 여전히 차갑다. 25일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 응답자의 48.4%가 올 한해 소비를 지난해보다 더 줄일 것 같다고 답했다.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2.5%에 불과했다. 기업 체감경기는 봄을 향하는 반면 소비심리는 한겨울의 복판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꼴이다.
오랜만의 경기회복 기운에 힘입어 소비심리까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히 기업들의 투자 의지도 왕성한 편이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올해 30대 대기업의 국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6.5% 늘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SK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LG의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센터 등 대규모 투자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대기업의 투자증가가 중소기업의 활력 회복으로 이어져 가계의 소득이 높아지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원활해지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요즘 정부는 역주행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기업에 대폭적 임금인상을 압박하면서 한편으로 검찰까지 동원해 기업에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건 되레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기업의 기를 죽여서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 이제라도 과감한 규제혁파로 투자가 왕성하게 일어나도록 하지 않으면 실낱같은 불씨마저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