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하버드대가 운용한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12.3%에 달한다. 같은 기간 평균 10.4%였던 다우존스 산업 평균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올해 공개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1년 투자수익률은 15.4~20.2%에 달했다. 예일대가 20.2%로 최고를 기록했으며 프린스턴(19.6%), 다트머스(19.2%) 순이었다. 8개 대학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하버드대도 15.4%에 달했다. 장기 수익률도 양호하다. 하버드대의 경우 5년 11.6%, 10년 8.9%, 20년 12.3%, 40년 12.3%에 달한다.
미국의 주요 대학들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이유는 전문자산운용사를 방불케 할 만큼 전문인력들을 채용해 철저한 시장분석과 체계적 자산배분을 통해 기금을 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에서 기금의존도가 높고 기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투자수익률 1%포인트가 대학재정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하버드대는 1974년 별도법인인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를 설립해 기금운용을 전담시키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와 마찬가지로 리서치, 리스크 관리,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부문별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만 200여명에 달한다. 투자결정을 담당하는 자리에는 월가의 투자은행이나 우수의 투자기관 출신 전문 인력들이 포진하고 있다. 엘 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한때 대학 기금운용 책임자로 명성을 날린 후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에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HMC는 뛰어난 맨파워를 바탕으로 외부 운용사로의 위탁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 규모도 3분1에 달하는 것이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점이다.
하버드와 자웅을 겨루는 예일대의 경우는 기금운영을 담당하는 전체 인력이 30여명으로 비교적 적지만 유명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 출신의 쟁쟁한 전문가들이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 특히 데이비드 스웬슨 예일대학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자산배분의 귀재로 월가에서 유명 인물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민간 금융회사에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전문가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하버드대는 10명의 HMC 임원에게 준 연봉이 총 4,400만달러에 달했다. 대체투자 부문에서 뛰어난 수익을 낸 앤드류 윌셔 대체투자팀장은 790만달러(약 87억원)를 연봉으로 받았다. 이밖에 컬럼비아·스탠포드·예일·시카코·듀크·브라운대 최고투자책임자들의 연봉은 최소 200만달러에서 500만달러에 이른다. 크리스틴 히난 하버드대 대변인은 "지난 10년간 인건비에 투자한 것보다 10억달러 이상 이득이 있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전문 인력들은 매년 철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자산을 배분한다. 국내외 주식 및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과 대체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는 낮추고 수익률은 높이는 전략을 택한다. 하버드의 경우 2008년에 비해 내년 주식투자 비중을 45%에서 51%로 6%포인트 올리고 채권은 16%에서 10%로 6%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금리인상과 경기회복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자산배분이다. 스웬슨 예일대 CIO는 '예일 모델'이라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대체투자와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1985년 10억달러에 불과했던 기금을 지난해 193억달러로 불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