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과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지런히 부채상환을 해 부채비율을 상당히 낮추었다. 그래도 워낙 부채비율이 높았던지라 아직도 200%의 부채비율을 달성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반면에 정부는 일관되게 부채비율 기준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부채비율이 높고 부실화된 기업일수록 자산매각이나 증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식시장마저 침체국면에 접어들어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은 데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개발 초기에 원시자본 축적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도성장 위주의 불균형 경제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에 외부자금에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외부자금 조달이 대부분 해외차관의 도입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동남아국가들이나 중남미국가들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를 적극 활용한 것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직접투자형태로 국내기업에 도입된 외국자본은 기업 전체외채의 30%에 불과한 반면 말레이시아의 경우 동비율이 230%에 이르고 있다.
둘째, 국내자본시장의 낙후를 들 수 있다. 경제개발이 추진된 이래 최근까지 금융시장의 중심은 은행이 차지해왔고 자본시장은 뒷전에 밀려 있었다.
자본시장은 각종 규제에 얽매어 실물경제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우리 주식시장의 규모는 경제규모에 비해 왜소해졌고 필연적으로 간접금융 중심의 자금공급과 그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주식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여타 선진 주식시장에 비해서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정부부문의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기업부문의 부채증가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총부채중 정부부문의 부채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여타국가들에 비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이 비중이 3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부부문 부채비중이 낮은 것은 건정재정 유지를 위한 정부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회비용을 기업과 가계가 대신 부담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한 예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를 넘던 실업률이 80년대 중반 이후 최근까지 경기순환국면과 관계없이 2%대의 초저수준을 장기간 유지해왔는데 이는 기업부문에서 한계비용이 한계수익을 초과하는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고용한 데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외환위기 발생이후 실업률이 급증한 것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이러한 비효율의 결과는 한편으로는 기업의 부채규모를 확대시켰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회안전망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정부부문의 부채확대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할 때 향후 기업부문의 부채축소는 정부부문의 부채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부문의 부채를 줄이는 정책은 주식시장의 육성과 사회안전망기능 강화와 같은 보완정책들이 전제될 때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성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권순우(權純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금리동향 및 전망]
지난 주 시장금리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하락은 채권시장안정기금의 강력한 시장개입에 의해 주도됐다.
채권시장안정기금은 무제한적인 채권매입 방침을 표명하며 강력한 금리하락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국고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함으로써 국고채수익률이 7%대로 크게 떨어지면서 다른 금리도 동조하락했다.
더욱이 채권시장안정기금의 보유채권 8조7,000억원을 회원금융기관이 매수하기로 함에 따라 채안기금의 채권매입여력이 더욱 늘어남으로써 시장에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시장참여자들은 시장금리가 정상수준 이상으로 과도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채권시장안정기금의 금리인하 의지가 워낙 강해 일시적이라도 금리가 추가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조심스럽게 채권매수세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주 시장금리는 횡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참여자들이 현 금리수준을 정상이하의 낮은 수준으로 부담스럽게 보고 있는데다 국고채수익률이 7%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채권시장안정기금도 더 이상 무리한 시장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주에 채권시장안정기금이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시장개입을 통해 금리하락을 유도한 것은 금리의 추가하락을 원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시장의 금리재상승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채권시장안정기금은 금리상승압력을 억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시장금리는 현 수준에서 소폭의 등락을 하는 횡보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공: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