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북한 김정은 체제를 후견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을 거론함에 따라 북한에 새로운 권력지도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장 부위원장은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국가권력기관 내에 자신의 사람으로 평가되는 사람들을 포진시켜 놓고 정책을 주도해와 실각이 사실이라면 권부 내 대형 쓰나미가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국정원은 “내부적으로 장성택 측근들을 비리 등 반당혐의로 공개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있다”고 밝혀 장 부위원장에 대한 거세작업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 최룡해 최강 실세로 급부상하나
김정은 체제에서 급부상한 인물 중 하나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다.
그는 장성택 부위원장의 품에서 권력을 키웠지만 김정은 체제에서 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군부를 장악하면서 장 부위원장과 양대 축을 형성할 만큼 힘을 키웠다. 최근에는 경제개혁 방향 등을 놓고 장 부위원장과 갈등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최 총정치국장은 권력욕이 큰 것으로 알려져 이번 장 부위원장의 제거에도 직접 나서 진두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본격적인 최룡해 2인자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장성택 부위원장은 2인자라고 해도 최 총정치국장이라는 견제세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세력까지 없어 일인독주가 가능해지는 양상이다.
반면 장성택 부위원장의 실각은 장성택 계열 인사들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은 “행정부 내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처형한 이후 장성택 소관 조직과 연계인물들에 대해서도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 경우 현재 북한의 경제정책을 총괄적으로 이끄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2003년에 이어 재차 실각할 수 있다.
아울러 장 부위원장이 그동안 노동당의 위세가 군부를 누르는 정치상황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그가 실각하면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당내 장 부위원장 측근들도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 부인 김경희의 거취는
장 부위원장이 실각한다고 해도 이런 정치적 상황이 그의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회에서 김씨 직계가 주는 정치적 함의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짧은 후계기간 때문에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집안의 최고 어른인 김 비서를 통해 ‘백두산 혈통’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김 비서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공고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김경희 비서의 건강이 좋지 않아 노동당 비서라는 직함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정치적으로 건드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동안 남편인 장성택 부위원장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던 김 비서의 입장에서는 측근을 챙기는 등의 과정에서 다소 답답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다시 선군의 시대로 복귀하나
노동당의 부활과 경제변화를 꾀하던 장 부위원장의 실각이 사실이고 그 배후에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있다면 북한 사회는 다시 선군시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군 총정치국장이 군부의 인사문제를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북한 군부는 사실상 최 총정치국장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등 현재 북한 군부 핵심인물들은 모두 최 총정치국장이 앉힌 소장파들이라는 점에서 ‘최룡해의 사람들’로 분류 가능하다.
이들은 장성택 부위원장이 ‘선당노선’을 추구하며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개혁에 반감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군부에 대한 대접이 김정일 시대 때만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당의 고위 인사들 중 김정은 후계체제 때 등장한 리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은 장성택 부위원장의 사람이기도 하지만 최 총정치국장과도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다.
당 원로그룹은 그동안 자신의 정치색이나 계파색을 드러내기보다 ‘힘센 권력자’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최룡해 그룹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