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싸움이 끝나 봐야

제9보(118∼136)



흑19가 너무도 기분좋은 수가 되었다. 백의 응수가 졸지에 곤궁하게 되고 말았다. "이 쉬운 수를 이세돌이 예측하지 못했을 리는 없겠지?"(서봉수) "그야 알 수 없지요. 혹시 흑이 좌변쪽 백을 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지요."(윤현석) 윤현석이 제시한 가상도는 참고도1이었다. 흑이 고지식하게 흑1로 끊어주면 백은 2에서 6까지로 멋지게 변신한다. 이 코스라면 중앙의 흑대마가 상당히 위험하다. 이세돌은 흑19를 보고 10분 이상을 장고했고 초읽기에 몰려 버렸다. 씨에허는 더 먼저 초읽기에 몰려 있었고…. 백이 22로 참고도2의 백1에 꽉 이으면 어떻게 되는가. 흑에게는 2로 하나 몰아놓고 흑4로 끼우는 천하묘수가 있다. 이 묘수를 한상훈5단도 보고 있었고 백홍석7단도 보고 있었다. 백은 5 이하 11로 수습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흑은 이 코스로 정직하게 찔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먼저 A로 가만히 찔러 볼 것이 뻔하다. 그때 백의 응수가 아주 괴롭다. 이세돌도 이 모든 수를 읽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백28로 달려갔던 것이다. 하변의 절충을 보고 다음 작전을 세울 예정이다. 씨에허는 흑29 이하 33으로 빳빳하게 버티었다. 중원 백대마의 사활이 가물거린다. "누가 유리한 바둑인감?"(필자) "아직은 몰라. 싸움이 끝나봐야 알아. 어쨌든 엄청 살벌한 바둑이구먼."(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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