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클럽 「인 비노 베리타스」 안경환 총무(인터뷰)

◎“와인문화로 성공적 비즈니스를”/“서구선 상대방 교양 판단 기준/분위기 이끌어 협상 주도 가능”맥주, 위스키와 더불어 세계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술, 와인. 그러나 와인은 서양인에게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다. 포도주 소비량이 많은 선진국에선 식탁에서 와인 이야기로 상대방의 교양 수준을 판가름한다. 세계화 시대에 와인문화의 숙지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한국의 상사원이나 비즈니스맨에게도 필수덕목이 돼 버렸다. 한국수출입은행 전대금융실 부부장으로 와인클럽 「인 비노 베리타스」의 총무도 맡고 있는 안경환씨(45). 열렬한 포도주 애호가인 그는 비즈니스 협상 상대를 만날 때면 주저없이 『와인 이야기부터 꺼내라』고 충고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식탁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면서 서로 문화적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안씨가 와인에 빠진 것은 90년 프랑스 파리의 OECD 무역국에서 연수할 때. 그는 결혼기념일같은 특별한 행사때나 마시는 줄 알았던 와인이 고급 사교모임이나 협상 장소에서 중요한 화젯거리가 된다는 데 놀랐다고 한다. 이후 안씨는 잦은 해외 출장때마다 와인이 모임의 분위기를 자신의 주도하에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했다. 『포도주의 가장 큰 장점은 테이블 매너를 생활화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상대방의 와인잔이 비었는지, 포도주의 온도가 고르게 유지되고 있는지 세밀하게 배려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상대방의 속셈을 읽어내고 우리측이 취해야 할 협상전략을 음미해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타인을 지향(You Attitude)하면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자세가 몸에 익게 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상대방에게 의미있는 해, 즉 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하거나 결혼을 한 해에 만들어진 포도주를 준비하는 조그만 성의만으로도 협상은 절반 성공한 셈이라고 한다. 안씨도 홍콩의 중견그룹인 엘리콘 그룹의 대표인 와인클럽 회장과 사귀면서 대외업무의 편의를 제공받고 크리스 패튼 전 총독과 만난 경험이 있다. 자신의 문화장벽에 막혀 외국인을 접대하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게 마련인 한국인들이라면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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