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시대, 한·러 경협 도약 기회다

푸틴 시대가 다시 열렸다. 선거부정 시비, 부정부패 등 정치적 악재에 시달릴 블라디미르 푸틴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은 분명하다. 강력한 경제성장 드라이브이다. 이를 위해 외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푸틴의 재등극은 한ㆍ러 양국 교역 등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또 한번의 기회이다. 양국 간 여러 협력 가능 분야가 있지만 특히 극동지역 개발은 주목할 대상이다. 한반도와 밀접한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 개발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러시아 정부가 중점을 두는 분야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도 러시아와의 경협 강화가 긴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중동지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동시베리아ㆍ극동지역 자원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논의가 진행돼온 한ㆍ러 메가프로젝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남북과 러시아 간 가스관 연결사업이다. 북한을 거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이 사업은 자원을 매개로 하는 3국 경협의 새로운 모델로서 경제적 수익과 함께 한반도 정세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남북한 관계의 여러 위기와 잡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성장, 발전하고 있음을 참조하면 된다.

둘째는 물류운송 혁명이다. 러시아는 북한 나진항과 두만강 지역의 국경지대 하산역을 연결하는 철도 개보수 공사를 지난해 말 마무리했다. 한국ㆍ일본의 유럽행 화물을 철도(시베리아횡단철도ㆍTSR)로 유럽까지 운송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횡단철도(TKR)와 TSR의 연결문제가 코앞의 과제로 다가올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가능해진 북극해 해운항로 활성화도 러시아가 키를 쥐고 있다.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산업구조상 경쟁 충돌보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푸틴 시대를 맞아 우리가 한ㆍ러 경제협력 활성화에 기대를 거는 것은 그 때문이다. 푸틴이 총리로서 막후 실권을 행사한 최근 몇 년간에도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가 다시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 전면에 나서는 만큼 경협증진에 박차를 가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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