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몽골리안루트' 6일부터 8부작

KBS, '몽골리안루트' 6일부터 8부작 잊혀진 '몽골리안의 길' 실증적 복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즈음 그곳엔 이미 몽골리안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함에도 그가 다다른 땅을 '신대륙'이라 표현하고 당시 서양인들의 항해를 '지리상의 발견'이라고 표현하는 오류는 오늘날까지 계속된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역사는 철저히 백인과 한족 등 정주문명의 편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KBS가 오는 2월6일부터 매주 화요일 8부작으로 방영할 '몽골리안 루트'는 이와 같은 역사해석에 문제를 제기, 인류사의 한 주역인 북방계 몽골리안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 문명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한때 지구상의 3/4으로 나아갔으나 이제는 잊혀지고 사라져버린 '몽골리안의 길'을 실증적이고 학술적인 접근을 통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북남미와 유라시아대륙 20여 개국을 현장 취재한 카메라에는 약 1만5,000년 전부터 시작된 몽골리안들의 확산 과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제1부~4부는 몽골리안들이 아시아 대륙 해안선을 따라 북상, 남아메리카 끝자락까지 뻗어나간 과정을 그린다. 이어지는 5부~8부에서는 유라시아의 초원에 다시 초점을 맞추어 남은 몽골리안들이 아시아 지역은 물론, 이집트나 폴란드 등 대륙 전체로 나아간 과정을 다룬다. 유목민의 역사를 무질서와 공포로만 취급했던 정착민적 역사관에 도전, 몽골리안의 세계사적 의의를 재정립하고자 함은 물론이다. KBS는 지난 97년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 3년6개월간 10억원을 투입해 이 대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준비기간과 투입된 제작비 면에서 모두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헝가리로 진출한 훈족의 두개골을 최초로 확인한 것을 비롯, 중세 이집트를 세운 용병 '맘룩'이 유럽계가 아닌 알타이계 투르크 민족이라는 사실을 발굴해 내는 등의 성과도 거뒀다. 조대현 책임 프로듀서는 "우리피에 흐르는 유목민적 사고는 정주를 거부하고 늘 새로운 것으로 나아간다는 면에서 21세기 디지털시대와 잘 어울리는 키워드"라며 "세계와 우리민족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동시에 새 시대를 리드할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KBS는 제작현장의 뒷이야기를 소개한 '이것이 몽골리안 루트다'를 30일 방영한 것을 시작으로, 내달 6일부터 8주간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을 내보낸다. 인류학적 측면에서 여러 설이 상충하고 당시 자료나 유물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해석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도 다소 있을 수 있겠으나, 잊혀진 길을 발굴하고 21세기적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명 어느 정도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일 듯 하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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