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고용 지표 멀쩡해도 속으로 곪는 중국… 올 대졸자 15% 실업자로

서비스업 등 일자리 늘었지만 학력·직종별 수급 불일치 심화
농민공 20%가 건설 근로자, 부동산거품 붕괴 땐 위험요인
분기마다 낮은 실업률 발표 "시장동요 막으려 조작" 추정도


한낮의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베이징 길거리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젊은이들을 만난다면 십중팔구는 부동산 업체 직원들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로 북새통이다.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중국의 고용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경기확장 국면에 들어선 6월 HSBC 제조업구매관리지지수(PMI) 가운데 고용지표가 취약하다고 하지만 서비스업 등에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며 여전히 낮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체감 고용현황은 지표와는 큰 차이가 난다. 경제전문매체인 경제관찰보는 올해 졸업하는 대학졸업생 727만명중 110만명 가량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다 경기둔화가 중소 제조업, 건설업체 등 고용유발 효과가 큰 업종에 먼저 영향을 미치며 도시로 유입된 농민공들의 일자리도 뺏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서비스업 일자리도 부동산 중개업 등 경기상황에 민감한 업종에서 만들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창카이 인민대 교수는 "중국의 고용상황은 수치보다는 고용시장의 효율성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대졸실업, 하위층 노동자의 불안한 고용환경은 고용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적인 고용상황=정부 발표 통계로 보면 중국의 고용상황은 경기둔화에도 안정적이다. 4월까지 신규취업자수가 473만명이나 늘었고 노동력 수급사정을 보여주는 노동수급비율도(구인/구직) 1.11로 전년동기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도시취업자 평균임금 인상률도 10.3%에 달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의 고용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통계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직종, 학력 등에 따라 노동수급 불일치가 심하게 나타난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실업과 빈 일자리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베버리지 곡선으로 볼 때 비고용률과 구인률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고학력, 청년실업도 고용시장의 실제적 위협요인이다. 올해 베이징의 대졸취업자 22만9,000명 가운데 취업이 확정된 인원은 30%에 불과하다. 경제중심지인 상하이도 17만8,000명의 졸업생 중 지난 5월 기준으로 29.9%만이 취업이 확정됐다. 중국 경제 인터넷매체인 왕이재경의 추정에 따르면 6월 졸업시즌이 끝난 후 대학원 진학ㆍ유학, 재교육 등을 포함해도 15.1%가 미취업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교육부는 2005년 이후 대졸취업자 전체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킬레스건이된 부동산거품 붕괴=중국 고용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시장이다.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주택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고용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일용건설현장에 투입된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중국은 예상치 못한 실업난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 경제지 쿼츠는 "정부 발표 실업률 지표에 빠져 있는 2억6,900만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의 20% 이상이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대규모 실업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이후 불어 닥친 부동산 열기는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했고 중국 고용 시장에 훈풍을 몰고 왔다. GDP 성장률이 2007년 14.2%에서 지난해 7.5%로 둔화됐음에도 고용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도 건설 부문과 연관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인해 고용 기회는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생겨난 일자리는 쉽게 사라질 수 있다. 6월 HSBC PMI의 고용지표 중 건축업 고용지수가 54.6으로 전체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도시 일자리 중 14%, 9,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부동산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농민공들의 22.2%가 도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IMF는 "농민공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자리인 건설부문에 종사하고 있는데다 이마저도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라 위협을 받고 있다"며 "자칫 이들의 실업이 중국 경제는 물론 사회안정에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엉터리 실업률=중국의 실업률 지표는 거시경제지표 중 가장 신뢰도가 낮다. 중국국가통계국이 공식 발표한 지난 1ㆍ4분기 실업률은 4.08%. 정부 목표치인 4.6%에 0.52%포인트 낮고 직전 분기보다는 0.3%포인트 올라가는데 그쳤다. 1ㆍ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18개월만에 가장 낮은 7.4%로 떨어졌음에도 실업률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저성장 기조지만 경제구조가 개선되며 1ㆍ4분기 35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중국 실업률 지표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선 중국은 경제성장 하락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기별 실업률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중국의 실업률은 경기와 무관하게 움직인 셈이다. 또 미즈호증권은 따르면 실업률이 2010년 3ㆍ4분기 이후 거의 4.1%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3ㆍ4분기 갑자기 4.04%로 하락한 점을 두고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를 앞두고 시장의 동요를 억제하고자 실업률 통계에 손을 댔다는 추정이 나온다. 도시 실업자 수 집계가 지난해 갑자기 발표되지 않은 점도 의혹이다. 중국의 도시 실업자 수는 지난 2012년 말 917 만명으로 2011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는 이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호소카와 미호코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질 실업자 수가 늘어나며 당국이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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