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총파업은 자제해야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파문이 확산되면서 노동계의 공세가 거세지고 시민단체들까지 가세, 자칫 반정부 투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조폐공사 「공작」의혹의 엄정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 공안대책회의의 폐지, 특별검사제의 도입 등을 요구하고 구조조정의 원인무효를 주장하고 있다.노동계의 파업 움직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민심이반이 예사롭지 않게 급변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또 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를 위한 절차와 범위를 두고 원점에서 맴돌고 있을 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당 단독 청문회는 믿어줄 사람이 없어 의미가 없다. 야당의 옷뇌물 의혹 끼워넣기도 민심을 읽지 못한 정략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분노와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노동계가 총파업 같은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속시원히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채 당략에 묶여있는 현실을 보면서 그대로 물러설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번엔 여느 때와 달리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총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이 국가 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고통과 희생으로 쌓아올린 경제회생의 조짐이 일시에 무너질 위험을 안고 있다. 그 파장은 곧장 저소득층과 국민의 피해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서해사태와 맞물려 있는 때다. 이 두 문제가 겹쳐 외국투자가들은 썰물 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다. 국민들이 노동계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특히 노동계가 총파업의 카드를 써버리면 다음에 내놓을 카드가 없어지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계가 요구하는 의혹의 진상을 엄정하고 신속히 규명해야 하겠지만 노동계도 이를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 총파업을 해도 늦지 않고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에 더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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