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1조6,000억여원이 투입된 새만금간척사업이 법원의 잠정중단 결정으로 좌초위기에 놓였다. 특히 집행정지 결정은 원고승소 가능성까지 일정 부분 고려해 내려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만금간척사업의 백지화 또는 전면수정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이날 즉시 항고했다. 농림부는 또 이번에 문제가 된 수질 등 환경문제는 계속 보완해나가고 있는데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도 승소했던 만큼 본안소송에서는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법원, 중지 결정 왜 내렸나=법원이 15일 새만금간척사업 중지라는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무엇보다 정부가 계획한 당초 사업목적이 달성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는 사업의 적정성 및 환경보전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민심에 떠밀리듯 추진된 행정사업에 대해 제동을 건 것으로도 해석된다.
법원의 결정 요지는 국내 대표적인 담수호였던 시화호가 오염된 사례처럼 새만금 간척지 내의 담수호도 오염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해 갯벌파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사업의 목적은 농지조성과 수자원 개발인데 새로 조성될 새만금 담수호에 대한 수질이 심각한 오염으로 인해 당초 계획대로 농업용수를 4급수로 유지할 가능성이 희박, 사업목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방조제가 완성돼 새만금 담수호가 오염될 경우 회복에 엄청난 비용이 들고 방조제 공사가 완공단계에 있어 집행을 정지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인정된다”며 “수질오염이나 갯벌파괴 등 환경피해는 피고측이 주장하는 공사중단에 따른 추가공사비 소요라는 비용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사업 어떻게 되나=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새만금사업은 이날 이후 본안소송 선고 때까지 전면 중단된다. 본안소송인 1심 판결은 앞으로 2~3개월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집행정지 결정으로 본안소송까지 2∼3개월간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지만 항고심에서 이기면 공사중단 기간은 2주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는 지난 2000년 5월 녹색연합이 제기한 공유수면매립면허 취소 청구소송이 행정법원에 이어 고등법원까지 가서도 기각됐고 시민단체의 관련 헌법소원도 올해 각하된 점으로 미뤄 본안소송에서는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본안소송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농림부의 희망대로 승소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조제 유실 등 피해 불가피=본안소송까지만 공사가 중단되더라도 올해 공사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는 등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조제 공사의 경우 겨울철로 접어드는 오는 11월 이후에는 공사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올해 공사기간은 얼마 남지 않게 된다. 특히 본안소송까지 2∼3개월 가량 공사가 멈추게 되면서 이미 축조해놓은 방조제의 토사유실 등 피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91년 방조제 공사가 착공된 새만금사업은 99년부터 민관 공동으로 사업성 여부 등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2년여간 공사가 중단됐을 때도 방조제의 토사유실 등으로 약 777억원의 피해를 봤다.
공사 집행자인 농업기반공사측은 “공사를 중단하게 되면 방조제 토석과 간척지 갯벌 등이 유실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물막이 진행구간 끝부분은 반복되는 파랑과 빠른 바닷물의 흐름 등에 취약해 유실이 지속적으로 발생, 이미 시공된 토석이 점진적으로 함몰ㆍ유실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어민들은 보상비 수령 후 양식설비와 어선 등을 폐기처분했기 때문에 이미 지급된 4,440억원의 보상비 회수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농림부는 본안소송에서도 패소한다면 사업중단 기간이 더욱 길어지면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최수문기자 chsm@sed.co.kr
◇새만금 사업이란=새만금은 `새로운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줄인 말이다. 33㎞의 방조제로 전북 부안군 대항리에서 신시도ㆍ비응도까지를 연결, 2만8,300㏊의 농경지와 1만1,800㏊의 담수호 등 총 4만100㏊를 개발한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87년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노태우 후보가 내걸었던 사업이기도 하다.
방조제 건설에 1조9,418억원, 새만금 내부개발에 1조3,152억원 등 총 3조2,57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올해까지 방조제 건설에만 1조5,958억원(82%)이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91년 11월 기공식 이후 7년여만인 98년 12월말 제1호 방조제 공사가 준공됐으나 99년 들어서 갯벌 파괴와 수질악화 문제를 내세운 환경단체의 반대로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99년 5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년여간 민ㆍ관 공동조사를 실시해 2001년 5월 친환경적 순차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즉 동진강 수역을 먼저 개발하고 수질기준 확보 방안을 마련한 후 오염이 심한 만경강 수역을 개발한다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1년까지 하수처리장 확충 등 환경기초시설 조성에 1조4,568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강화했다.
그렇지만 논란이 식지 않는 가운데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등 4대종단 종교인들이 전북 부안군 해창 갯벌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하며 새만금사업 중단을 촉구했고 농업기반공사는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강행해 지난달 12일 군산과 신시도를 잇는 4호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했다.
<홍준석기자, 최수문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