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11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주주총회를 열고 김성회 전 국회의원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김 사장은 에너지 분야와는 거리가 먼 비전문가로 평가된다. 18대 국회의원 당시 에너지 공기업을 관할하는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활동한 게 관련 경력의 전부다. 이러니 낙하산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지사. 김 전 의원이 지난 10·30 보궐선거 당시 자신의 텃밭인 화성갑을 '친박근혜계'인 서청원 의원에게 내준 대가로 사장 자리를 얻었다는 것이 정가의 정설이다. 일종의 '보상인사'라는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낙하산 인사 근절이다. 하지만 정부는 유독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만큼은 침묵한다. 이번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낙하산 문제가 빠져 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이번 대책을 총괄한 김상규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기관장 문책 등 인사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강도 높은 개혁 의지를 보인 현 부총리도 낙하산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청와대의 권한인 인사 문제를 건드리기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번 정상화 대책이 근본처방은 외면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단호하게 메스를 대겠다고 강조한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낙하산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전문성이 전혀 없는 낙하산을 기관장으로 내려보내면 노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출근길을 막고 '딜'을 요구한다"며 "그 과정에서 복지혜택을 늘리는 이른바 '이면계약'이 성사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이를 빌미로 삼은 노조 간의 짜고 친 고스톱의 결과물이 바로 방만경영이라는 얘기다. 낙하산이 내려오면 감독책임을 진 주무부처의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른바 '개국공신 낙하산'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관가에서는 이런 낙하산을 '장관급 기관장'이라고 부른다.
장관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산하기관장이라는 뜻에서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급 기관장이 임명된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임명된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 현명관 마사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