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법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서 그 동안 파생금융상품으로 간주돼 발행 및 거래가 지극히 제한되던 워런트(warrant)와 주식연계증권 (ELS)이 유가증권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일반인이 다양한 구조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증권산업 역사상 가장 의미 있고 유가증권투자의 신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혁명적 변화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국내금융시장은 그 역사를 IMF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그 중 투자자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초(超) 저금리시대의 도래일 것이다. IMF 이전인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시기에 따른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대체로 국내금리는 두자릿 수 중반 이상에 머물러 왔다. 직장에서 정년 퇴직한 뒤 퇴직금을 안정적인 금융기관에 맡겨 그 이자로 노후를 보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금리 수준은 물가상승률을 보전하고도 투자자들의 기대수준을 어느 정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연 4~5% 수준의 금리에 기대수준을 하향 조정하도록 강제되는 시장환경 아래에서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 주식시장은 이라크전쟁, 북한 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과 최근의 SK그룹 문제로부터 촉발된 기업신뢰 하락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연계증권 발행의 허용은 새로운 투자처에 목말라 하는 국내투자자에게 기존의 주식ㆍ채권과는 다른 새로운 안정적 투자수단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기존의 투자형태를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장외 파생금융 상품 겸영 인가를 취득한 6개 증권사는 현재 워런트 및 ELS의 발행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잠재적 투자자에 대한 사전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장외파생상품시장의 등장은 이들 6개사에는 기존의 중개에 의존하던 영업에서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제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기회는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장에서 장외파생상품영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양면성에 대한 고려는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과거 증권사에 새로운 업무영역이 주어졌을 때 크게 실패한 경험들(대표적으로 지급보증업무)에 대한 반면교사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업무영역 일수록 더욱 더 정교한 금융기법이 수반된다. 따라서 전사적인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며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상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정덕 굿모닝신한증권 프로덕트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