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기회의 땅] 2-2. 21세기 강소국을 향하여

글 싣는 순서[1부] `아흘란와 사흘란 쿠리` [2부] `우리도 이젠 유럽중심국` 1. 파리ㆍ모스크바가 반나절 2. 21세기 강소국을 향하여 3. 메이드 인 코리아 `넘버원` 4. LG거리, 삼성타운 5. 파라다이스는 없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슬로바키아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만나는 E75번 고속도로. 비엔나 국경에서 시작해 수도인 브라티슬라바를 통과, 동쪽의 제2도시인 코시체까지 500㎞나 이어지는 슬로바키아의 대동맥이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2007년말까지 이 도로를 정비하는 작업을 최우선 국책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지난해말 취재팀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2차선을 4차선을 넓히고 중간중간 끊긴 도로를 잇는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다. 잘 닦인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계기판을 들여다보니 무려 시속 180㎞다. 전대호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법인 인사담당 과장은 “움푹 패인 도로들이 하루가 다르게 정비되는 모습을 보면 역동적인 경제 발전상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투자 축이 움직인다= 푸조와 시트로엥 합작사인 PSA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슬로바키아에 설립했다. PSA는 공장설립에 앞서 폴란드 등 동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입지조건과 SOC기반 등을 꼼꼼히 점검했으나 결국 `슬로바키아가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유치 경합국이었던 폴란드는 PSA의 선택에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마인드였다. 실제로 슬로바키아에선 생산기지가 하나 들어서면 곧 바로 주변 도로를 확장시키고, 가로등을 설치해준다. 심지어 출퇴근 시간이면 경찰을 배치해 교통 정리까지 해줄 정도다. 절대 저가인 현지 인건비와 땅값도 메리트다. 슬로바키아의 인건비는 인근국가인 헝가리ㆍ폴란드 등에 비해 50~60%에 불과하다.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열악하고, 기초기술력이 뒤쳐지지만 이 정도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모습이다. 장석산 현대차 동구지역 판매 본부장은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슬로바키아와 같은 `미완의 땅`이 갖춘 새로운 투자메리트에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동유럽의 `뉴 타이거`= 슬로바키아뿐 아니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동유럽 주변국들의 최근 움직임은 눈부시다. 영국의 파이넨셜타임즈는 `동유럽 투자가 헝가리ㆍ폴란드ㆍ체코 등 이른바 `빅 3`에서 등 슬로바키아 및 발틱3국으로 이동하면서 이들 국가가 `뉴 타이거(New Tiger)`로 등장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슬로바키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39억 달러로 지난 97년보다 무려 20배나 늘었다. 슬로바키아(인구 540만) 외자유치 규모는 폴란드(41억 달러ㆍ인구 3,870만명)와 맞먹을 정도다. 동유럽 국가들 가운데 GDP 대비 FDI 액수는 슬로바키아가 가장 높고 체코,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경제성장률(2002년 기준)도 슬로바키아 4.4%, 에스토니아 6.0%, 리투아니아 6.7% 등으로 폴란드 1.4%, 체코 2.0%를 훨씬 앞지른다. ◇과감한 투자유치정책이 핵심= `뉴 타이거` 국가들의 공통점은 지난 90년대초 시장 경제로 전환 이후 금융 위기 및 경제난을 겪었지만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과감한 투자유치 정책으로 고도 성장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해 슬로바키아는 오는 7월부터 기업들이 노조나 노사협의회를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하던 규정을 바꿔 선택 조항으로 바꿀 예정이다. 각종 산업 인프라가 부족한 대신 노사 관리 부문만큼은 외국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외자 기업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줄 방침이다. 현대차 공장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우리는 오는 5월 EU 가입을 앞두고 희망을 향해 뛰고 있다.” 유럽판 강소국을 꿈꾸는 슬로바키아의 얀 바이아네크 투자청장의 다짐이다. ■ 삼성물산 오텔리녹스 제철공장 `삼성물산 오텔리녹스 제철공장과 대우해양조선의 망갈리아 조선소` 루마니아 민영화청이 국영기업을 매각하기 위해 해외 투자가를 만날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화제다. 물론 민영화 작업의 성공적인 결과를 알려주는 사례다. 특히 오텔리녹스는 종합상사 특유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마케팅 노하우를 이 공장의 생산 능력과 결합, 모범적인 알짜배기 회사로 탈바꿈한 사례로 평가 받고있다. 루마니아 제철공장인 오텔리녹스가 삼성식구로 들어온 것은 지난 97년 말 민영화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인수가격은 3,700만 달러였지만 불과 6년 뒤 오텔리녹스의 지난해 매출은 2배(1억2,100만 달러), 세전이익은 12배(600만달러) 뛰어올랐습니다.”(박재현 오텔리녹스 법인장) 성공요인은 삼성 방식의 `선택과 집중`. 사업성이 불투명한 봉강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건축용 철근 1개 제품에만 생산하는 한편 1,600만 달러를 투자, 부가가치가 높은 고광택 초극박판 공장을 새로 준공했다. 또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을 통해 유럽 등에 새로운 판매망을 뚫었고 글로벌 소싱을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섰다.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은 물론 핵심 인력 양성과 판로 개척의 3박자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오텔리녹스는 루마니아 정부로부터 `가장 모범적인 외국기업상`을 수상했다. ■ 루마니아ㆍ불가리아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 인근에는 주인없는 개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취재팀이 삼성물산 오텔리녹스 제철 공장(부카레스트에서 북서쪽으로 85㎞쯤 떨어진 곳에 위치)을 찾아나선 12월 말에도 도로 주변에 들개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송제환 오텔리녹스 공장 차장은 “차우세스크 장기 독재로 인한 경제난이 남긴 유산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주민들이 더 이상 돌보기 힘들어지자 내다버린 개들”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길거리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로 많았는데 요즘은 그리 많지않다”고 말했다. 부카레스트의 들개는 마치 극심한 침체를 겪은 루마니아 경제가 `동구의 가능성`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모습을 상징하는 듯했다. ◇`발칸의 맹주를 꿈꾼다`= 지난 연말 부카레스트 밤거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네온사인들로 서울 명동 거리를 방불케 했다. 박종근 KOTRA 부카레스트 무역관장은 “소비 붐이 일면서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며 “전체 인구의 약 10%로 추정되는 고소득층의 구매 수준은 서유럽 평균 이상”이라고 말했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확연하다. 루마니아의 경우 지난 97~99년 마이너스 성장에 시달리다 지난 2001년부터 5%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불가리아도 99년에는 마이너스 6.9%에서 지난해에는 4.8% 성장했다. ◇`2007년에는 우리도 EU 가족`=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유럽 일각에서 미국의 스파이 취급을 할 정도로 친미 노선을 걷고 있다. 90년대초 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노골적인 친 서방정책을 펼친 결과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또 과감한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외국자본의 신뢰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에다 양질의 노동력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임금수준이 148(불가리아)~170(루마니아)달러에 불과한 점도 선진 자본을 유치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오는 2007년 EU 가입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박 관장은 “양국은 경제발전과 안정을 위해 EU 가입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라며 “EU는 물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ㆍ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산업 구조조정 및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 받고 있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경제 월간지인 `인베스트 루마니아`의 다니엘 아포스톨 편집장은 “지난해 1~9월 루마니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발칸 국가 중 가장 많은 5억4,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5%나 늘어났다”며 “특히 올해부터 2007년까지는 평균 2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미빛 환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루마니아ㆍ불가리아는 유라시아 대륙 중앙에 위치해 있지만 도로ㆍ항만 등 산업 인프라가 취약해 물류 기지로 올라서기엔 발전가능성이 제한적이다. 특히 농업ㆍ사법ㆍ환경 부문 등의 협상이 늦어질 경우 2007년 EU 가입 일정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명준 대우해양조선 루마니아 조선소 이사는 “외국인 투자도 제조업보다는 유통 등 소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유일한 장점인 인건비가 오를 경우 경제가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헝가리)=김형기기자/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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