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44%·건설사 35% 18~24개월내 파산 가능성

미국 알릭스파트너스사 분석
장기적 관점 구조조정 필요



전 세계 경기 불황으로 지난 몇 년 동안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는 우리나라 해운업체의 44%와 건설업체의 35%가 18~24개월 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들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야 하며, 단기 처방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충고도 제시됐다.

28일 미국의 기업 구조조정 및 턴어라운드 전문 자문사인 알릭스파트너스의 알 코치(사진)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상장 기업 1,400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파산 가능성 분석 결과를 이렇게 밝혔다.

알릭스파트너스측이 제시한 한국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 분석은 위험 측정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앨트먼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의 ‘Z-스코어’를 근거로 삼았다. Z-스코어는 앨트먼 교수가 지난 1969년 개발한 기업 파산 측정 공식으로 2년 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예측한 결과 정확성이 70~80%에 달했다. 또 1년 내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예측 정확도는 80~90%로 나타났다.

알릭스파트너스는 GM과 K마트 등 기업 구조조정에 참여시 Z-스코어를 활용하고 있으며, 사모투자펀드(PEF)들도 기업 투자에 앞서 실사 때 이 공식을 활용하는 등 시장에서는 파산 측정 기법으로 상당히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치 부회장은 파산 위기에 처한 해운ㆍ건설업체들에게 “시간은 친구가 아닌 적”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처음부터 완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되며 처음에는 가능한 조치의 80%만 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코치 부회장은 제너럴모터스(GM)의 사례를 들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난 2008년 우리가 GM 구조조정에 참여할 당시 GM 경영진은 북미 지역의 연간 판매량을 1,600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회생 계획을 짜고 있었다”며 “이는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판매 대수가 급락한 현실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며 우리는 판매량 1,000만대를 기준으로 회생 계획을 만들었고 결국 성공했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정영환 알릭스파트너스 한국 대표는 “자동차와 전자 등 잘 나가는 산업들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 기업의 경우에도 볼 수 있듯이 자본금 유치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단기 처방에 불과한 한국형 구조조정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편 알릭스파트너스의 분석에 따르면 해운과 건설업 외에도 다른 한국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도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통신과 하이테크 기업들의 18%를 비롯해 공업(16%), 금속업(14%), 소비자제품과 소매(13%), 자동차 산업(13%), 생명과학(11%), 화학(10%) 등 전 산업군에 걸쳐 도산 위험에 처한 기업이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17%의 한국 기업이 도산 위험 단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45%의 기업은 ‘예의주시’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하다고 판단된 기업은 38%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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