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1일로 취임 한달을 맞았다.
기대반 우려반 속에 출범한 `정동영호`는 지난 한달간 순항을 거듭해왔으나 최근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이라크 추가파병안을 둘러싼 당내갈등과 여론악화 등 안팎의 난기류에 봉착하면서 첫 시험대를 맞고 있다.
정 의장은 불법 대선자금 문제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민생탐방을 통해 이전 임시 지도부와 대조가 될 만큼 젊고 역동적인 `젊은 리더십`을 과시하며 “뭔가 다른 것 같다”는 평가를 얻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탈당 후 10%대 초반에서 넉달간 정체했던 당 지지율이 `1.11전대`를 기점으로 20%대 중반으로 상승, 한나라당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선 것이 달라진 여론의 흐름을 대변해주고 있다.
정 의장의 가시적 성과에 대해 야당측은 `대중영합 정치가 낳은 일시적 효과`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출범 후 하루도 쉬지 않는 `민생투어`가 현장과 괴리가 있는 기성 정당과의 차별화로 비쳐지고 있다는 분석에는 이견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정 의장의 민생정치 전략이 총선 때까지 순항을 계속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점차 빠지고 있다. 당의 지지율은 지난달 28일 SBS조사 때 30.2%로 정점에 달했다가 이번 달 5일 26.9%(TNS조사), 9일 23.3%(미디어리서치조사)를 기록, 전당대회 전날 실시된 R&R조사 때의 지지율 (20.7%)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다. 찬반논란이 있긴 하지만 최근 정국상황은 대체로 열린우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 의장의 경선자금 수사촉구 결의안이 채택됐고 정 의장에 경선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폭탄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여(對與) 공세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야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의 불법대선자금ㆍ경선자금 등 청문회가 한창 진행돼 열린우리당, 노무현 대통령, 정 의장에 대한 `흠집내기`가 불을 뿜고 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을 `이미지당`이라고 몰아붙였던 야당이 뒤늦게 민생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내 문제도 정 의장의 리더십을 저해할 변수로 꼽힌다. 정 의장이 2월 자신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현안에 대해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본회의 통과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 이라크 추가파병안 처리가 우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어느 당보다 의원들의 개성이 강하고 성향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열린우리당 강점이 정 의장에게는 발목을 잡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 의장으로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은 정치자금 시비를 해소해야하고 당내 최대현안인 `하향식` 공천과 비례대표 선정작업을 후유증 없이 마무리지어야 한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