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입한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4일 인천시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해 강원도와 전남, 인천시 등 4곳이다. 지난 2010년 2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처음 도입한 이후 2011년 2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와 2011년 8월 전남 여수, 2011년 11월 인천시 영종도 등 4개 지역에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부동산투자이민제를 시행하면서 제주도와 전남 여수는 투자기준금액을 5억원으로, 강원도 평창은 10억원, 인천 영종지구(미단시티, 하늘도시)는 15억원으로 각각 다르게 지정했다.
이 중 제주특별자치도는 부동산투자이민제 도입 이후 비자면제지역으로 고시되면서 3년여 만에 4,000억원 가량의 투자유치 실적을 올렸다. 반면 강원도와 전라남도, 인천시는 아직 단 한 건의 외자유치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를 시행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한 셈이다.
인천과 강원도 등은 제주특별자치도와 비교할 때 투자기준 금액이 높고 투자범위도 일부 지역으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현재 투자결정 후 5년이 지나야 영주권을 부여는 제도 등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아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무부는 인천 영종도에 부동산투자이민제 도입을 승인하면서 투자기준 금액을 15억원으로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금액 산정은 뚜렷한 기준 없이 '수도권 지역이어서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단순한 논리를 적용했다는 후문이다.
인천 영종도의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나 계약은 전무하다. 양해각서 체결도 단 한 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부동산투자이민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배경에는 투자기준액이 높은 탓도 있지만투자 대상이 휴양 콘도미니엄, 펜션, 별장 등의 휴양 목적 체류시설로 제한돼 있어 수요자의 다양한 투자욕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투자지역을 넓히고 제도가 시행되지 않는 지역의 골프장 주택단지(골프텔)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영종도 지역의 투자기준액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하 인천경제청 중국팀장은 "10억원으로 완화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5억원으로 대폭 조정해야만 투자유치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1월과 5월 중국 심천문화투자유한공사와 세계화인협회 관계자들과 각각 만나 투자유치 상담과 협상을 벌였지만 투자기준액(15억원)이 현실에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