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외환시장 변동성 축소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추세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가 불가피하지만 최근의 쏠림현상이 과도해 수출경쟁력 약화, 내수 및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원화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28일 "한국경제가 가까스로 회복세로 접어들었는데 여기서 다시 주저앉으면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환율이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변수가 수그러든 상황에서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은 바로 환율"이라며 "지난 23일 정부와 한은이 공동개입에 나선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와 한은은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4.50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자 2008년 7월 이후 5년만에 공동으로 개입, 환율을 1,060원대로 끌어올린 바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앞서 "섣불리 하지는 않겠지만 원화가치 상승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포지션·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외환건전성부담금)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5일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크지 않게 하는 여러 수단이 있다"고 말해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김 총재는 최근 유입된 외국 자본과 관련, "핫머니(단기적 투기자본)인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해외 투자은행(IB) 역시 한국정부의 추가 환율변동성 완화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HSBC는 보고서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보유 비중이 상당한 수준임을 감안할 때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규모감축에 따른 자본이탈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잠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 유출입에 따른 환율변동성 확대가 수출 등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거시건전성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과 노무라는 단기적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축소를 늦춘 직후 가파르게 하락해 32일만에 1,100원대에서 1,060원대로 주저앉았다. 9월말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6.3% 절상돼 G20 국가 가운데 두번째로 높았다.
전문가들 가운데는 원화가치 상승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달러당 1,0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화가 올해 연말까지 달러당 1,050원, 내년 달러당 1,000원을 향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봤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현재 원ㆍ달러는 적정환율보다 100원 정도 더 떨어져 당장 수출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는 미흡하다. 정부가 더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