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라이프] 기업DB마케팅 확산따라 불법유출 급증

감청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이 급속히 비즈니스로 연결되면서 요즘 「DB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DB 마케팅 역시 남용·악용되면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소지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DB 마케팅이란 DB 마케팅은 소비자 개개인의 정보를 DB로 만들어 개인의 경제 수준이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맞춤 판매하자는 발상에서 나온 신종 마케팅 기법이다. 물론 첨단 정보통신기술 덕에 가능해졌다. DB 마케팅을 이용하면 일반 대중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홍보나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경제적이다. 게다가 구매 여력을 갖추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흥미를 느끼는 특정인들만 골라 집중 공략하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도 높다. 불특정 다수보다는, 공급자가 특정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1대1 마케팅에 유용하다. ◇DB 마케팅 도입 현황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들도 최근 DB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650만여명의 현대차 고객중 현재 400만명 이상의 방대한 고객 DB를 구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고객 DB를 바탕으로 전문 텔러 70여명이 지속적으로 전화 상담을 해준다. 영업 사원도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찾아 다닌다. 인터넷을 통한 타겟 홍보도 바로 고객 DB 때문에 가능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층이 명확한 대형차의 경우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같은 유통회사나 카드·증권·은행 등을 비롯한 금융기관에도 고객 DB의 우열은 회사의 존폐를 가름할 만큼 중요해졌다. 또 회원 수에 따라 경쟁력이 판가름나는 인터넷이나 PC통신업체, 인터넷 쇼핑몰 업체에서도 DB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추세다. DB마케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자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정보기술업체들도 이와 관련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최근 A사와 손잡고 「원투원마케팅」이란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솔루션은 DB를 통해 고객 개개인을 파악하고 1대1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이 회사는 설명한다. 또 공영 DB마케팅 같은 전문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없나 정보는 갇혀 있다. 그러나 정보를 관리하는 것은 사람이다. 또 네트워크는 그 속성상 항상 열릴 준비가 돼 있다. 고객 DB는 해킹 대상도 될 수 있다. 개인 정보가 멋대로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초 한국통신의 직원이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8월에는 경관이 친구의 부탁을 받고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덜미를 잡힌 적이 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같 은 정부기관이 PC통신이나 인터넷의 개인정보를 검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업체나 일반 기업의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더 크다. 예를 들어 쇼핑몰 업체인 B사의 경우 약관에 「거래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누출될 때 사업자 책임을 배제한다」는 조항이 버젓이 올라 있을 정도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이 현실적인 문제로 등장하자 네티즌이나 전화 사용자들은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최근 네티즌 2,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의 94.2%가 「입력해 놓은 개인정보가 유출될까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기업체나 뜨내기 장사꾼으로부터 매일 엄청난 양의 불필요한 메일을 받게 된다. 그 때문에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있다. 노이로제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대책은 없나 우선 정부 차원에서 불법적인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명확히 규정하고 관리자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법 조항만으로는 개인정보 유출과 악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국정보보호센터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신상정보가 악용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사이트에 얼씬도 않는 것』이라며 『꼭 필요할 경우 최소한의 정보만 입력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터넷 서비스 등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 너무 세세하게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사이트나 경품을 미끼로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사이트의 경우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얼마 전만 해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인터넷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젠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인터넷의 발전을 가로막을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강조했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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