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탈리아에 갔을 때 '강남스타일' 열풍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로마의 명품거리인 콘도티 거리에서부터 시골마을 소렌토의 작은 커피숍까지 "소노 다 코레아(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하면 어김없이 "오빤 강남스타일" 하며 추임새를 붙였다. 지난해 프랑스를 찾았을 때 황색얼굴을 보고 "삼송(SAMSUNG)?"이라고 묻던 반응과는 천지차이였다. 지구촌에서 싸이의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강남스타일' 열풍이 유럽 시골마을까지 달구는 사이 국내증시에서 싸이가 속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식고 있다. '강남스타일' 효과로 10만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총 10위권에 올랐던 와이지엔터의 주가는 8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싸이와 와이지엔터의 계약이 단지 매니지먼트 계약이라 '강남스타일' 효과가 수익에 반영되는 영향이 작다는 것을 시장에서 알았기 때문이다. 또 와이지엔터의 진짜 주력가수인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신곡이 음반시장에서 싸이만큼 히트를 못했다는 실망감도 작용했다.
지난 2일 국내 대표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JYP엔터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소녀시대나 빅뱅 같은 인기가수가 없는 JYP엔터는 지난 몇년간 영업손실에 허덕여왔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소녀시대와 빅뱅 이후 빅히트 가수가 없어 엔터주의 거품은 2~3년 안에 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몇년째 이어지며 당장 일년 앞을 이끌 성장동력이 없는 산업은 시장에서 외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금을 조달해 투자확대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 몇년간 이들 엔터 업체는 소녀시대나 빅뱅처럼 힘있는 신인을 키우지 못했다. 싸이는 그냥 굴러들어온 떡이지 이들 업체의 노력이 아니다.
냉정하지만 기업의 목적은 지속적인 성장과 이윤확대다. 소녀시대와 빅뱅도 앞으로 몇년 안에 수명을 다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연예사업의 주기는 짧다. 보아에서 동방신기ㆍ소녀시대, 그리고 그 다음 흐름이 끊겼다고 시장이 판단하는 순간 다른 엔터주들도 JYP엔터와 같은 재무악화의 길을 가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