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좀처럼 체감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대한상의가 10일 발표한 올해 기업부담지수는 지난해보다 2포인트 높은 105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조세나 규제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전날에는 올 들어 882건의 규제가 더 늘어났다는 전경련의 발표도 있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게 온통 기업하기 힘들어졌다는 소식뿐이다.
정부는 요즘 틈만 나면 경제살리기와 규제완화를 외쳐왔다. 불과 열흘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며 실물경제지원단을 출범시켰고 경기부양을 위해 무려 17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규제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고 하니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다. 그동안 외쳤던 투자의욕 고취를 위한 정책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 이미 임시국회에서는 하도급,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강화와 같은 기업 옥죄기 법안들이 야당의 발의로 34개나 대기 중이고 통상임금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을(乙) 살리기는 남양유업을 넘어 다른 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마치 중세시대 마녀사냥의 재판을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게 자명하다. 투자를 더 하고 고용을 창출할 정신이 있을 턱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처음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고 성장잠재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현실판단이다. 미국이 양적완화의 출구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침체가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규제완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결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