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눈물겨운 다이어트

EU 공공부채 기준 맞추기 위해
베네치아 섬까지 매물로 내놔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공공부채 기준에 맞추기 위해 베네치아 섬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베네치아 섬을 비롯한 40여개 공공자산을 온라인 경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경매 마감일은 다음달 6일이다.

EU는 이탈리아·그리스 등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는 국가에 긴축과 부채축소를 요구하고 있으며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제한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규모는 GDP의 133%로 유로존 내에서 그리스(169.1%) 다음으로 높았다.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베네치아에서 경매에 나온 섬은 '포베글리아'로 15세기 오스만튀르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와 남부 해안가의 수도원 등이 있는 곳이다. 섬 안의 병원이 폐쇄된 후 수십년간 사람이 살지 않았다.

이탈리아 정부 자산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데마니오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뉴욕·두바이 등 세계 어느 곳에서든 자산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번역된 관련 문서와 계약서도 다운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50만개 이상의 상업·거주용 자산을 소유한 이탈리아는 과거에도 일부 자산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복잡한 입찰규정, 까다로운 건축규정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는 다르다"며 "해당 자산들에 대한 주요 행정절차는 이미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데마니오는 지난 2001년부터 이탈리아 정부 자산을 매각해 18억유로(약 2조5,900억원)를 확보했고 올해 말까지 부동산 매각을 통해 5억유로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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