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100%. 말로만 듣던,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선거 결과가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나선 최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다. 약 2,200만명에 달하는 주민 중 반대는 고사하고 무효나 기권조차 단 1표도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이자 완벽한 정치인이 됐다.
△100% 득표의 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 반종파 투쟁이 종료되고 김일성 유일 지도체제가 성립된 후 처음 치러진 1962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노동당 후보 전원이 만장일치 지지로 당선됐는데 기네스북은 이를 '세계에서 가장 일방적인 선거'로 등재했다. 라이베리아의 1928년 대선에서는 총유권자 1만5,000명에 당선자가 40배에 달하는 60만표를 얻는 촌극이 벌어진 적도 있다. 1982년 알바니아 대통령 선거 때도 유권자 162만7,968명 중 반대표가 단 1표밖에 안 나왔다.
△베트남에서는 미국 정보부가 '제발 99% 지지 같은 숫자놀음 좀 하지 말라'고 부탁하자 98%의 지지율이 나온 적도 있다. 우리는 다를까. 군사정권 시절 체육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은 99%의 찬성이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뽐냈다. 비록 항상 무효표 1~2표가 나와 100% 찬성의 완벽함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정권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참을 수 없었던지 반대표는 단 1표도 용인되지 않았다. 투표에서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길어야 30분. 암울했던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겉으로 보면 퍼펙트한 선거승리를 거뒀음에도 우리는 이를 참된 선택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환상, 옳지 않으면 모두 그르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독재자의 광기였을 뿐이다. 완벽을 쫓으면서 서로 다른 삶과 방식을 인정하지 않아 생긴 결과다. 경쟁과 대립만이 판치는 지금의 사회는 어쩌면 이처럼 완벽만을 강요받았던 역사의 잔여물일지 모른다.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