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베이비부머 황금연못을 찾아나서다] (2부-3) 스위스 양로원에 가보니

3층 연금구조 정착 은퇴전 소득 70%이상 노후에도 꼬박꼬박
20세 넘어 직장 가지면 공적·기업연금 의무가입 국민 90%이상 혜택 받아
양로원 비용 비싸다지만 경제적 부담 크게 못느껴

스위스 취리히 시내에서 30분 가량 떨어진 레브비스 양로원. 4층짜리 2개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90명이 2개 동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레브비스양로원에서 20년째 생활하고 있는 빌리 마크 할아버지가 2층 자신의 방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그는 젊어서 가입한 연금을 통해 매월 5,000스위스프랑(약 650만원)을 받아 노년을 즐기고 있다. /문승관기자


스위스 취리히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자리한 '레브비스 양로원(Altersheim Rebwies)'. 이 곳에서 만난 76세의 마리아 유드 할머니는 2층 자신의 방 한편에서 유화를 그리고 있었다. 양로원에서 생활한 지 12년째인 유드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시작한 그림 그리기가 노년에 들어 취미생활로는 최고라며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젊었을 적 은행원으로 일했던 유드 할머니는 정부로부터 받는 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양로원 거주 비용과 필요한 비용을 댄다. 옆방에서 키보드를 연주하던 92세의 빌리 마크 할아버지는 20년 전 개원 당시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혼자 살지 않아서 좋아요. 좋아하는 키보드 연주를 매일 1시간씩 하는데 종종 다른 노인들에게 공연을 해주기도 해요." 레브비스 양로원은 노년을 즐기는 스위스 노인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대신 거주하는 동안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90명이 2개 동에 입주해 있는데 하루에 드는 비용만 130스위스프랑으로 우리 돈으로 16만9,000원가량이다. 매월 4,000스위스프랑을 내야 하는데 우리 돈으로 따지면 약 520만원이다. 이 비용에는 방값과 식사비, 세탁비, 난방비, 치매방지 프로그램 등 기본 비용만 포함된다. 의료비와 문화 생활비는 별도로 청구된다. 예를 들어 다리에 상처를 입어 직원이 약을 발라주면 양로원에서 2.5스위스프랑을 청구한다. 스위스 노인들은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까. 마크 할아버지는 해결방법이 '연금'에 있다고 강조했다. "젊었을 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가입했는데 한 달에 5,000스위스프랑(약 650만원)을 받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마크 할아버지는 매달 공적연금에서 2,000스위스프랑을, 기업연금에서 3,000스위스프랑을 받는다. 그가 받는 연금액의 수준은 은퇴 전 월급의 70% 수준이다. 이본 랑 케터러 취리히금융그룹 보험총괄 대표는 "공적연금(1층)은 스위스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며 "현재 전체 스위스 국민 가운데 25%가 공적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케터러 대표는 "스위스는 공적연금 이외에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등 3층 구조로 노후를 보장하고 있다"며 "기업연금의 경우 전국민의 53%가 가입돼 있고 나머지는 개인연금 상품을 선택해 노후에 좀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에서 3층 연금구조는 이미 지난 1980년대에 정착했다. 20세가 넘어 직장을 갖게 되면 공적연금과 기업연금을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데 소득의 최대 28%를 연금에 투자한다. 스위스 근로자들은 월 소득의 5.05%를 매달 공적연금으로 내고 기업도 이와 똑같은 비율로 보태는 '매칭 그랜트' 형식으로 지원한다. 기업연금 역시 개인이 낸 만큼 기업도 같은 비율로 적립해주는데 월 소득의 7~18%가량을 납부한다. 스위스가 국민의 노후를 위해 공적연금에서 지출하는 돈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42%가량.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신 기업연금 가입을 의무화해 국민의 90% 이상이 연금혜택을 받도록 했다. 그럼에도 스위스 국민의 85%가 개인연금에 가입했다. 의무 가입도 아닌데 높은 개인연금 가입률을 나타내는 까닭은 바로 '세제혜택' 때문. 스위스 정부는 공적연금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1960년대부터 세제혜택 정책을 유지해왔다. 지금은 연간 6,682스위스프랑(약 860만원)까지 개인연금 납입액 전부를 소득공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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