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금융기관에 맡기지 않고 개인이 보관하는, 이른바 ‘침대 밑 달러’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정부 산하 통계기관인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는 27일(현지시간) 이 같은 ‘침대 밑 달러’가 지난해 말 기준 2,174억달러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GDP의 50% 수준에 달하는 액수다.
반면 은행 등 이 나라 금융기관에 예치된 달러화는 8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에는 ‘침대 밑 달러’가 1,996억달러로 추산된 바 있다. 1년 새 178억 달러가 침대 밑으로 더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는 “국민의 침대 크기가 갈수록 커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아르헨티나에서 ‘침대 밑 달러’가 늘어나는 까닭은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 나라 국민은 지난 2001∼2002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당시 예금인출 중단 사태를 겪은 이래로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해 큰 불신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현금 보유가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집안에 달러를 보관하는 관행이 생긴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화보유액을 늘리고 갈수록 떨어지는 통화 가치를 안정시키려고 ‘달러화 사면’ 조치도 내렸었다.
‘달러화 사면’ 조치는 기업과 개인이 외국에 보유한 달러화를 국내로 반입하거나 개인이 보관하던 달러화를 은행에 예치하면 출처를 묻지 않고 벌금이나 세금도 부과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이 조치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달러화 사면’ 조치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 들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고 외채 상환을 위해 달러화를 내다 팔면서 외화보유액은 감소세를 멈추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올해 20%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연말 달러화 대비 페소화 환율 예상치는 달러당 9.91페소다.
현재 273억7,000만달러인 외화보유액은 연말에는 242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외화보유액은 2011년 1월 526억5,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200억달러선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