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해도 표류하나

양 노총 완전히 배제된 채 최저임금 결정되는 초유의 사태 가능성도

양대 노총의 계속되는 불참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2013년 최저임금의 심의·의결이 올해도 시한(28일)을 넘겨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8월5일 장관 고시를 앞두고 양 노총이 완전히 배제된 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4월27일 최저임금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 때부터 불참하기 시작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열린 제10차 회의에도 참석을 거부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24일 제9대 최저임금위의 근로자 위원으로 조동희 국민노총 사무처장을 새로 위촉하면서 시작됐다.

공익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 최저임금위는 지난 8대의 경우 근로자 위원이 한노총 5명, 민노총 4명으로 구성됐으나 당시 조치에 따라 한노총 4명, 민노총 4명, 국민노총 1명으로 바뀌었다.

당시 고용부 측은 “국민노총이 새로운 총연합단체로 등장한 상황에서 다양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양 노총은 “국민노총 설립에 대한 정부 개입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올해 협상을 정부 의도대로 끌고 가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사용자 측은 4,600원을, 근로자 측(국민노총 출신 위원 1명)은 5,600원을 제시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 노총도 2달째 참석 거부를 철회하지 않고 있어 법정 시한 내 의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최근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시한을 넘겨 30일까지 연이어 회의 일정을 이미 잡아 놓은 상황”이라며 “노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한노총 관계자는 “정당성이 부족한 국민노총 위원 위촉을 철회하라는 노동계 요구가 전혀 수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양 노총에게는 최저임금위 참석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의결 시한은 6월29일이었지만 최저임금에 대한 의견 차가 커 최종 의결은 7월13일에 이뤄졌다. 지난해에도 근로자 위원 5명 사퇴 등의 파행 사태를 빚었지만 양 노총이 완전히 배제된 채 최저임금 의결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17조에 따르면 총 27명 중 과반수(14명)가 정족수를 채운 가운데 근로자 위원이나 사용자 위원이 2회 이상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들의 의견과 상관 없이 최저임금 의결이 가능하다. 정승희 한노총 공공정책국장은 “양 노총 설득에 실패할 경우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반쪽 짜리’위원회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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