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CI변경 “붐”/LG변신 성공이어 선경 350억 투입/(주)유공을 SK로 아남·거평도 준비중/이미지좋은 회사가 경쟁력 있는 기업/행동·의식 통일돼야 무한경쟁서 생존「얼굴을 바꿔라.」
재계에 이름과 로고변경 바람이 거세다. 정보화와 세계화, 무한경쟁으로 대변되는 21세기를 앞두고 여러기업들이 기업이미지통합(CI·Corporate Identification)을 단행,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92년 LG·삼성그룹이 심벌마크를 바꾼데 이어 LG가 그룹명과 마크 등 모든 것을 바꾸면서다. 두 그룹은 변경작업에만 2백50억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수십년간 유지해온 「얼굴」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모험이었다. 하지만 두 그룹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이어 추진된 홍보·광고로 이미지는 급상승했다. 이어 한화, 기아, 한솔을 비롯 NK(남경그룹), 새한 등 중견그룹들이 개명과 신CI를 도입했다.
특히 최근 선경그룹이 주력인 (주)유공을 「SK주식회사」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그룹 전계열사 CI작업 추진에 나섰다. 유공은 이 작업에만 3백5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남은 창업 30주년을 맞는 내년에 「TV업체」에서 「반도체와 정보통신 주력의 젊은 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거평그룹 역시 잇단 인수합병 작업을 통해 흩어져 있던 기업이미지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CI를 준비하고 있다.
업무용 차량도색 변경에서 영업소·서식변경 등 기본경비에만 2백억원 이상을 쓰고 국내외 시장에 확고하게 인식시키는데는 1천억원대의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하는 「성형수술」을 왜 하는 것일까.
재계의 관계자들은 21세기 패러다임 변경에 따른 생존전략을 첫번째로 꼽는다. 경쟁상대가 국내업체에서 미국의 GE·액슨, 일본의 소니·도요타, 독일의 지멘스 등과 같이 지구촌을 무대로 하는 다국적기업이 부상하고 있고 우리기업들이 「세계기업」을 핵심전략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름이나 얼굴을 바꿀 때 그 작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있다. 한결같이 2005년 전략, 중장기비전 등을 내놓고 있다. 비전공유야 말로 무한경쟁 시대의 생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며 그 동기를 개명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전쟁」도 개명작업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 기술격차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좋은 제품」의 의미는 줄고 있고 그 자리를 「좋은 이미지」가 급속히 채워가고 있다. 이미지가 좋은 회사가 경쟁력있는 기업이 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제는 제품이 아니라 회사자체를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 도입하는 로고나 마크는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바꿔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창출한다. 얼굴바꾸기는 좋은 이미지구축의 출발인 셈이다.
시너지효과의 추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 인수합병(M&A)이 늘어나고 특히 정보통신, 유통 등 신규사업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주요기업들은 이질적 문화로 혼란을 겪고 있다. 21세기 경쟁은 총력전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행동과 의식을 통일시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큰 자산이다』며 CI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같은 얼굴로 동질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의식의 통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경이 선경·유공·흥국 등으로 분산돼 있던 계열사명을 하나로 만들고, LG가 럭키와 금성·호남을 묶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전략이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같은 작업과 별도로 개별기업 차원에서도 「성형수술」은 붐을 이루고 있다. 위험성을 줄이면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민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