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외국인 투자자와 투신(자산운용사) 등 대다수 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 선물에 ‘매도’ 전략을 취하고 있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NH투자증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과 투신권은 3월 동시만기일인 12일 이후 누적 기준으로 삼성전자 선물에 대해 누적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3월 13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삼성전자의 주식선물을 외국인은 누적 기준으로 1,737계약 순매도했고, 금융투자와 투신도 각각 1,433계약과 1,152계약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개인은 저가 매수세에 나서 5,017계약 순매수했고 기타법인도 137계약 매수 우위를 보인 정도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830억원어치 순매수했으나 투신권은 주식형 펀드 환매 여파로 6,882억원 순매도 중이다.
즉 외국인의 ‘선물 매도세’와 투신권의 ‘현·선물 동시 매도 전략’이 삼성전자 주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0일 149만원에서 전날 133만8,000원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가 코스피200에서 20.76%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코스피지수 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3일 2,178을 기록하고서 약세로 돌아서 현재 2,120선 안팎에서 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과 투신권의 삼성전자 선물 매도는 헤지(위험 회피) 등의 단순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실제 외국인과 기관이 주식선물 매도 전략을 취하는 것은 주로 헤지(위험 회피) 목적 또는 투기적인 차익매매나 최근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구조적인 목적 등에 따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해 ‘하락에 베팅’한 방향성 매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선물의 특성이 방향성보다 헤지성(위험 회피) 매매에 가깝다”며 “다만, 중요 투자주체인 외국인과 투신권의 삼성전자 선물 순매도는 주가나 시장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가격제한폭 확대 방안이 시행되면 변동성이 작은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 달 15일부터 주식시장 가격제한폭이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된다. 코스피 대형주인 삼성전자는 당일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보다 큰 폭의 하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크게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외국인이나 기관 입장에선 가격제한폭 확대로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숏(매도) 전략을 취할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