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앞으로 4년간 국민을 대표할 300명의 일꾼을 뽑는 날이다. 이번 총선은 몇 개월 후 대선으로 이어지는데다 우리 국가사회의 미래 방향성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분출하는 복지수요와 세대 간 갈등, 이념대립으로 전례 없이 첨예한 분기점에 있다. 자칫 길을 잘못 들어서면 국가의 명운이 휘청거릴 수 있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희망을 갈망했지만 정치권은 실망과 좌절감만 안겨줬다. 선거전이 허위사실과 비방 경쟁으로 혼탁해지면서 국가경영의 백년대계를 논의하는 정책경쟁은 실종돼버렸다. 각 당마다 복지공약을 쏟아냈지만 구체적 실현성과 차별성 없는 공허한 내지르기로 국민에게 나라걱정과 정치환멸만 심어줬다. 막말과 욕설꾼까지 당리당략과 득표계산으로 뜨겁게 포옹하는 정치권의 후안무치는 많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유권자들은 기표소에서 준열한 심판을 내려 천심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저질언행으로 선동적 바람몰이를 하거나 자본주의 국가체제의 근간을 무시하거나 시시각각 말 바꾸기로 국민을 기만한 후보들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되지도 않을 공약을 장밋빛으로 포장해 유권자를 현혹한 후보, 국민 세금을 자신의 정치영달 도구로 끌어 쓴 기존 국회의원, 법과 도덕을 훼손한 반사회적 인물은 솎아내야 마땅하다.
우리 국민은 나의 한 표가 대한민국의 향방을 뒤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의 선택에 따라 나의 가계에서 나가는 세금 액수가 달라지고 우리 사회의 품격이 바뀐다. 인재가 없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차악이라도 선택하기 위해 기표소로 가야 한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못박고 있다. 나의 한 표가 무의미하게 묻힐 수도 있지만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도 있다.
10년, 2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투표장에 꼭 가도록 하자. 가정에 배달된 선거 공보물도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보자. 그것만이 나와 내 자녀의 소중한 미래를 지킬 수 있는 공격이자 방어수단이다. 4년에 겨우 단 한번 주어지는 투표기회가 앞으로 평생에 몇 번이나 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