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약한 '중계무역' 급증…역대 최대

해외에서 상품을 생산해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해외에서 바로 판매하는 상품 중계무역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중계무역의 급증은 대기업들이 스마트폰 등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 때문으로, 달러를 벌어들여 경상수지에는 기여하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는 떨어지고 원화가치를 절상시킨다는 점에서 국민경제에는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계무역 수출은 72억2,130만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17억6,910억달러(32.4%)나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70억달러대를 넘어섰다.

연간 중계무역 수출은 2008년 180억9,610만달러에서 지난해 659억2,950만달러로 5년 사이에 2.64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중계무역 수출은 전체 상품 수출(국제수지 기준) 대비 10.7%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체 상품 수출 규모는 같은 기간 42.6%(2008년 4,328억9,400만달러→2013년 6,171억2,760만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계무역 수출은 해외 생산업체에 지급된 완제품 대금을 뺀 중계무역 순수출만 경상수지의 상품 수출로 잡히지만 해당 상품이 국내에서 생산되면 발생할 부가가치를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계무역 순수출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중 중계무역 수출(72억2,130만달러) 가운데 한국 경상수지의 상품 수출로 잡힌 중계무역 순수출액은 해외 생산업체에 지급한 돈(57억3,500만달러)을 뺀 14억8,630만달러다.

중계무역 순수출만 상품 수출로 반영하는 이유는 한국 업체가 완제품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제3국에 상품을 판 돈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상품 수출로 분류할 수 있지만 생산업체의 완제품 판매액은 해당국의 수출이 되기 때문이다.

중계무역은 그동안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은이 지난 3월 새 국제수지 통계기준(BPM6)을 적용해 과거분까지 추계하면서 처음으로 윤곽이 드러났다.

최근 몇년간 중계무역의 급증은 주로 스마트폰, TV, 복사기 등 비교적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 제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은은 중계무역 수출의 품목별 현황은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임가공을 위탁하는 가공무역도 과거 의류나 직물류에서 반도체 등으로 확대됐지만 최근 증가 속도는 중계무역에 훨씬 못 미친다.

이는 가공서비스 지급이 2008년 54억680만달러에서 2013년 85억9,370만달러로 58.9% 늘어나는 데 그친 점 등에 비춰봐도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중계무역보다 훨씬 전부터 확산된 가공무역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869억1,000천만달러로, 전체 상품 수출의 14.8%를 차지했다.

가공무역이나 최근 급증세인 중계무역을 둘러싼 문제는 스마트폰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삼성전자라는 이름을 달고 수출되지만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고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낸 ‘1분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휴대전화는 2007년 8천400만대 수준에서 2013년 3천800만대, 올해는 3,300만대로 떨어져 국내 생산 비중이 6∼7%에 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갈수록 늘어나는 중계무역 등 해외 생산을 통한 수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실장은 “중계무역 등 해외 생산은 일자리, 투자 등 국민경제의 여러 측면에서 국내 생산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의 해외 생산에 대해 미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몇 차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낼 만큼 전세계적인 논란을 낳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은 주로 중국에서 가공무역 형태로 생산된다.

애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 생산은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부도 지난 3월 발표한 ‘2014년도 무역·통상진흥시책’에서 중계·가공무역을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부가가치 수출품에 대해 한국산(Made in Korea) 원산지 표시가 확대되도록 원산지 기준을 고치고 한국산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공정이 이뤄졌음을 표시(Processed in Korea나 Controlled in Korea)해 중계무역 수출 상품 등이 한국산 프리미엄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이 시책에 포함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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